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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
00:00:08,240 --> 00:00:13,120
‎"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"

4
00:00:45,240 --> 00:00:46,680
‎난 여자랑 키스할 줄 몰라요

5
00:00:49,600 --> 00:00:52,080
‎어릴 때부터 너무 무서웠어요

6
00:00:53,200 --> 00:00:55,120
‎여자랑 키스하는 게요

7
00:00:55,600 --> 00:00:58,440
‎얼마 전에
‎많이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는데

8
00:00:59,120 --> 00:01:01,600
‎첫 데이트가 끝날 때
‎키스를 할 수 없었어요

9
00:01:02,440 --> 00:01:03,280
‎노력은 했죠

10
00:01:04,280 --> 00:01:05,840
‎그녀는 제가 뭘 하는지 몰랐지만요

11
00:01:07,040 --> 00:01:08,720
‎첫 데이트에도 실패하고

12
00:01:09,400 --> 00:01:11,400
‎두 번째 데이트에도 실패했어요

13
00:01:11,920 --> 00:01:15,440
‎세 번째 데이트를 하러 가는데
‎너무 부담되는 거예요

14
00:01:16,160 --> 00:01:17,800
‎데이트 횟수가 많아지고

15
00:01:19,160 --> 00:01:20,840
‎키스 시도 횟수가 많아질수록

16
00:01:21,600 --> 00:01:22,840
‎부담은 커지니까요

17
00:01:23,480 --> 00:01:25,280
‎운전면허 시험이랑 같아요

18
00:01:26,440 --> 00:01:27,720
‎한 번 떨어지면

19
00:01:28,320 --> 00:01:29,640
‎다음을 노리며 공부하지만

20
00:01:30,120 --> 00:01:32,600
‎세 번 떨어지면 버스 타야죠
‎도로의 민폐니까

21
00:01:33,960 --> 00:01:36,000
‎여러 번 떨어진 사람 있어요?

22
00:01:36,080 --> 00:01:37,520
‎있다면 박수 부탁드려요

23
00:01:38,040 --> 00:01:41,560
‎엄청 당당하시네요?
‎'나 표지판 못 읽는다!'

24
00:01:42,720 --> 00:01:44,760
‎손을 드시는 분들도 있네요

25
00:01:45,360 --> 00:01:47,360
‎말을 끝까지 안 들은 거죠

26
00:01:47,440 --> 00:01:50,240
‎왜 떨어졌는지 알겠어요
‎좀 끝까지 들으세요

27
00:01:50,720 --> 00:01:51,720
‎'다음 교차로에서…'

28
00:01:52,320 --> 00:01:54,280
‎'아뇨, 우회전이었는데'

29
00:01:54,360 --> 00:01:57,440
‎'좌회전하는 바람에
‎초등학교로 돌진했네요'

30
00:01:58,160 --> 00:02:00,320
‎'아이 8명을 치셨어요, 어이쿠'

31
00:02:00,800 --> 00:02:01,920
‎'임산부 한 명도요'

32
00:02:02,680 --> 00:02:04,680
‎'쌍둥이를 임신했었으니
‎아이 10명이네요'

33
00:02:06,480 --> 00:02:09,800
‎저도 여러 번 떨어졌어요
‎항상 평행주차가 문제였죠

34
00:02:10,280 --> 00:02:11,560
‎평행주차는 무서워요

35
00:02:12,200 --> 00:02:14,760
‎최근에 평행주차도
‎하나의 상징이란 걸 깨달았어요

36
00:02:15,280 --> 00:02:18,480
‎키스처럼요
‎남자가 평행주차를 못 하면

37
00:02:19,000 --> 00:02:22,280
‎남자답지 못하다고 하죠
‎어처구니가 없어요

38
00:02:22,880 --> 00:02:24,840
‎키스가 정말 골칫거리인 건

39
00:02:24,920 --> 00:02:27,920
‎변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
‎'잠깐만, 다시 할게'

40
00:02:28,440 --> 00:02:31,920
‎'이번엔 대각선으로 해볼까?'
‎이런 거 안 먹혀요

41
00:02:32,000 --> 00:02:34,840
‎친구한테 보조를 부탁할 수도 없죠

42
00:02:34,920 --> 00:02:38,400
‎'오라이, 좀 더 가까이'

43
00:02:38,480 --> 00:02:40,000
‎'정지, 성문 닿았다'

44
00:02:40,080 --> 00:02:40,920
‎안 돼요

45
00:02:42,480 --> 00:02:43,960
‎세 번째 데이트 날에도

46
00:02:45,520 --> 00:02:46,720
‎전 키스할 수 없었어요

47
00:02:47,320 --> 00:02:50,280
‎너무 황당한 나머지
‎하우스메이트에게 쏟아냈어요

48
00:02:50,360 --> 00:02:51,720
‎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

49
00:02:51,800 --> 00:02:54,480
‎하우스메이트는 제 절친이라서
‎털어놓기가 쉬워요

50
00:02:54,560 --> 00:02:56,440
‎지박령처럼 집에만 붙어 있거든요

51
00:02:56,960 --> 00:02:59,080
‎40살이고 제가 사랑하는 분이에요

52
00:02:59,640 --> 00:03:03,320
‎여자랑 키스하려는 순간을
‎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

53
00:03:03,960 --> 00:03:05,160
‎좋은 조언을 해주더군요

54
00:03:05,680 --> 00:03:08,840
‎'여자랑 키스하려는 순간에
‎두려워하지 마'

55
00:03:10,520 --> 00:03:12,440
‎'그게 다야?'
‎'그게 다야'

56
00:03:13,200 --> 00:03:15,840
‎그건 조언이 아니라
‎현실 부정이죠, 도움이 안 돼요

57
00:03:15,920 --> 00:03:18,800
‎'엄마, 깜깜해서 무서워요'
‎'무서워하지 마, 티모테'

58
00:03:19,320 --> 00:03:21,040
‎'다시 동굴로 들어가렴'

59
00:03:22,040 --> 00:03:23,280
‎하우스메이트 왈

60
00:03:23,360 --> 00:03:26,280
‎'넌 여자한테 거절당할까 봐
‎무서운 거야, 알았어?'

61
00:03:26,960 --> 00:03:30,720
‎'다음 데이트엔 집으로 초대해
‎난 방에서 귀 막고 있을게'

62
00:03:30,800 --> 00:03:33,400
‎'굳이 말 안 해도 되지만, 알겠어'

63
00:03:33,920 --> 00:03:35,360
‎'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고'

64
00:03:35,880 --> 00:03:38,320
‎'안으로 들여서
‎한동안 대화를 나누다가'

65
00:03:38,840 --> 00:03:41,240
‎'여자의 눈을 바라보고
‎말을 끊고'

66
00:03:41,320 --> 00:03:42,560
‎'이렇게 말해'

67
00:03:44,160 --> 00:03:46,320
‎'지금이야, 내 거 빨아줘'

68
00:03:46,400 --> 00:03:47,640
‎농담이에요!

69
00:03:48,440 --> 00:03:49,480
‎뭐라고 했냐면…

70
00:03:50,320 --> 00:03:53,440
‎공연 내내 이 말투를 쓸까요?
‎뭐라고 했냐면…

71
00:03:54,240 --> 00:03:55,880
‎'말을 끊고 이렇게 얘기해'

72
00:03:55,960 --> 00:03:56,840
‎'미안한데'

73
00:03:57,440 --> 00:04:00,200
‎'3분 뒤에 키스할게, 마저 얘기해'

74
00:04:00,680 --> 00:04:03,240
‎'여자가 괜찮다고 하면
‎키스하지 마'

75
00:04:04,280 --> 00:04:06,880
‎쌍방 합의에 기반한
‎훌륭한 전략이죠

76
00:04:07,560 --> 00:04:09,160
‎'그런데 만약에 여자가…'

77
00:04:14,960 --> 00:04:15,800
‎'알겠어!'

78
00:04:18,800 --> 00:04:21,600
‎'목소리 톤이 높아지면
‎기쁘다는 뜻이야'

79
00:04:22,120 --> 00:04:24,560
‎80년대 여혐주의자들이
‎사용하던 말 아닌가요?

80
00:04:24,640 --> 00:04:26,800
‎'개가 꼬리를 흔들면
‎기분 좋다는 뜻이야'

81
00:04:26,880 --> 00:04:28,120
‎그런 미개한 말이 어디 있죠?

82
00:04:28,640 --> 00:04:29,840
‎유일한 조언을 맘에 새기고

83
00:04:29,920 --> 00:04:32,040
‎여자를 데이트에 초대했어요
‎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

84
00:04:32,520 --> 00:04:34,520
‎품위를 아는 사람답게
‎늦게 오더라고요

85
00:04:36,360 --> 00:04:38,240
‎그래서 문 앞에 서서 생각하는데

86
00:04:38,320 --> 00:04:41,480
‎내가 왜 좋아하는 여자랑
‎키스를 못 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

87
00:04:42,200 --> 00:04:43,520
‎제 부모님 때문이에요

88
00:04:44,160 --> 00:04:46,480
‎제가 본 유일한 커플이잖아요

89
00:04:46,560 --> 00:04:49,480
‎30년을 함께한 부부인데
‎키스를 본 적도 없고

90
00:04:49,560 --> 00:04:51,120
‎애정 표현도 못 봤어요

91
00:04:51,200 --> 00:04:54,160
‎열렬한 사랑이 아니라
‎호감만 있는 사람들처럼요

92
00:04:54,680 --> 00:04:56,400
‎마치 직장 동료 같아요

93
00:04:57,120 --> 00:04:59,160
‎상사에게 명령을 받은 거죠
‎'거기 둘'

94
00:04:59,760 --> 00:05:01,880
‎'월요일까지 가족 하나 만들어 와'

95
00:05:01,960 --> 00:05:03,680
‎'까라면 까야지!'

96
00:05:03,760 --> 00:05:06,280
‎둘이 어떤 커플인지
‎도무지 가늠이 안 돼요

97
00:05:06,360 --> 00:05:08,680
‎가끔 부모님 댁에 가서
‎초인종을 누르면

98
00:05:08,760 --> 00:05:11,000
‎저를 이렇게 맞아주세요
‎'왔니, 아들?'

99
00:05:11,960 --> 00:05:14,080
‎'심즈'처럼 이상해요

100
00:05:14,160 --> 00:05:15,240
‎'잘 지냈니?'

101
00:05:16,720 --> 00:05:17,560
‎네, 잘 지냈어요

102
00:05:18,680 --> 00:05:21,960
‎부모님을 보면 궁금해져요
‎'나를 어떻게 낳았지?'

103
00:05:22,480 --> 00:05:24,160
‎형제가 여섯 명인데

104
00:05:24,240 --> 00:05:26,400
‎정확히 나이가 3년씩 차이 나요

105
00:05:26,480 --> 00:05:28,760
‎전 그게 너무 계산적으로 느껴져요

106
00:05:29,920 --> 00:05:31,120
‎하지만 가설이 있어요

107
00:05:31,760 --> 00:05:32,840
‎3년이 지날 때마다

108
00:05:36,040 --> 00:05:37,880
‎부모님은 회의실을 하나 빌려서

109
00:05:39,040 --> 00:05:41,280
‎복장을 차려입고 이렇게…

110
00:05:43,640 --> 00:05:44,560
‎공무원 차림일 거예요

111
00:05:44,640 --> 00:05:46,960
‎단정한 복장 말고는
‎상상이 안 되네요

112
00:05:47,040 --> 00:05:49,000
‎정중하게 '안녕하세요?'

113
00:05:49,080 --> 00:05:51,640
‎악수하고, 아빠가
‎거기를 문질러서 뽑아내면

114
00:05:52,160 --> 00:05:54,760
‎엄마가 통에 담아서 안에 넣고

115
00:05:55,240 --> 00:05:59,680
‎작은 티백을 우리듯이
‎뒤로 누워서 기다립니다

116
00:06:00,560 --> 00:06:01,960
‎엄마 과일차인 거죠

117
00:06:02,960 --> 00:06:04,560
‎그게 제 가설이에요

118
00:06:06,480 --> 00:06:07,680
‎우리 엄마니까 난 웃어도 돼요

119
00:06:08,520 --> 00:06:11,880
‎여러분이 웃는 건
‎마음에 안 드네요

120
00:06:12,480 --> 00:06:13,800
‎부모님은 서로를 사랑하세요

121
00:06:14,960 --> 00:06:18,320
‎그런데 서로를 쳐다보지 않아요
‎그거로 엄마를 놀리곤 하죠

122
00:06:18,400 --> 00:06:20,800
‎원래도 잘 놀리지만
‎요즘 주제는 이거예요

123
00:06:20,880 --> 00:06:22,680
‎가끔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
‎갈 때가 있어요

124
00:06:22,760 --> 00:06:25,920
‎'아빠 안 사랑하잖아요
‎그러니까 쳐다보지도 않지'

125
00:06:26,440 --> 00:06:29,000
‎'아들한테 솔직하게 말해봐요'

126
00:06:29,640 --> 00:06:32,280
‎엄마는 기겁하세요
‎'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?'

127
00:06:32,920 --> 00:06:36,240
‎아빠가 바로 옆에 있는데
‎'엄마, 안 사랑해요?'

128
00:06:37,440 --> 00:06:40,800
‎'잘 때 깨워도 좋으니까
‎아빠 안 사랑한다고 말해봐요!'

129
00:06:41,760 --> 00:06:42,880
‎결국 이성을 잃으셨어요

130
00:06:42,960 --> 00:06:45,160
‎'네가 뭘 안다고 그래? 고얀 놈!'

131
00:06:48,160 --> 00:06:51,960
‎'사랑은 말이다, 파나요티스
‎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'

132
00:06:52,040 --> 00:06:53,960
‎'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야'

133
00:06:54,480 --> 00:06:55,720
‎'같은 방향'

134
00:06:56,440 --> 00:06:57,280
‎감동받았어요

135
00:06:58,120 --> 00:07:01,160
‎그 말을 듣고 감동했지만
‎전 원래 내색을 안 해요

136
00:07:01,680 --> 00:07:03,160
‎그래서 이상하게 반응했죠

137
00:07:03,680 --> 00:07:05,400
‎엄마를 밀치고 외쳤어요

138
00:07:06,280 --> 00:07:08,480
‎'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딨어!'

139
00:07:09,000 --> 00:07:10,520
‎엄마 얼굴에 대고 외치는데

140
00:07:10,600 --> 00:07:13,800
‎인종 차별하는 아줌마의
‎갈라진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

141
00:07:14,720 --> 00:07:17,360
‎저녁에 창문 열고
‎소리치는 아줌마 있죠?

142
00:07:17,440 --> 00:07:18,440
‎'아랍인들 꺼져!'

143
00:07:19,840 --> 00:07:23,800
‎그 아줌마 아시죠?
‎그 목소리가 자동으로 나왔어요

144
00:07:24,640 --> 00:07:27,000
‎최악인 건
‎아줌마 말이 맞다는 거예요

145
00:07:27,680 --> 00:07:29,120
‎물론 우리 엄마 말이요

146
00:07:29,760 --> 00:07:31,120
‎죄송합니다, 웁스!

147
00:07:32,120 --> 00:07:34,800
‎둘이 같은 분이라 착각했네요
‎어쨌든…

148
00:07:35,640 --> 00:07:36,880
‎농담이에요, 자!

149
00:07:37,680 --> 00:07:41,120
‎같은 방향을 본다는 게
‎무슨 뜻인지 최근에야 알았어요

150
00:07:41,200 --> 00:07:43,280
‎부모님 댁에서 저녁을 먹었는데

151
00:07:43,800 --> 00:07:45,360
‎조용히 먹고 있었어요

152
00:07:46,000 --> 00:07:47,320
‎우린 대화할 줄 모르니까요

153
00:07:48,960 --> 00:07:50,040
‎그런데

154
00:07:51,680 --> 00:07:54,040
‎지난 15년 동안 여름만 되면

155
00:07:54,120 --> 00:07:57,400
‎엄마는 아빠의 낚시 여행을 위해
‎연못 딸린 별장을 대여하세요

156
00:07:57,920 --> 00:07:59,680
‎그게 사랑인지는 모르겠어요

157
00:08:00,760 --> 00:08:03,280
‎그런데 올해는 너무 늦어서
‎남는 별장이 없었던 거죠

158
00:08:03,360 --> 00:08:06,600
‎가족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
‎적막 속에 앉아 있었는데

159
00:08:06,680 --> 00:08:09,440
‎엄마는 내면 깊은 곳에서
‎슬퍼하고 계셨나 봐요

160
00:08:10,080 --> 00:08:12,760
‎아빠를 응시한 채
‎숨을 크게 들이쉬고는

161
00:08:13,280 --> 00:08:14,720
‎'저…'

162
00:08:15,400 --> 00:08:18,080
‎'미안한데
‎연못 딸린 별장을 못 찾았어'

163
00:08:18,600 --> 00:08:19,440
‎아빠는 먹다가

164
00:08:20,240 --> 00:08:21,560
‎대답했죠, '근데?'

165
00:08:23,280 --> 00:08:24,600
‎엄마 왈 '그…'

166
00:08:25,760 --> 00:08:28,960
‎'올여름 낚시 여행 때 묵을
‎연못 딸린 별장 말이야'

167
00:08:29,640 --> 00:08:31,000
‎'그래서 뭐?'

168
00:08:32,440 --> 00:08:34,040
‎그러자 엄마가 '음…'

169
00:08:35,440 --> 00:08:37,120
‎'저 사람이 바보가 됐나?'

170
00:08:38,840 --> 00:08:40,480
‎'당신 낚시 좋아하잖아'

171
00:08:41,000 --> 00:08:42,000
‎'아닌데'

172
00:08:44,920 --> 00:08:46,920
‎엄마의 눈꺼풀이
‎떨리기 시작했어요

173
00:08:47,520 --> 00:08:48,480
‎'맞잖아'

174
00:08:49,280 --> 00:08:53,000
‎'그래서 내가 15년 동안
‎연못 딸린 별장을 빌려줬잖아'

175
00:08:53,080 --> 00:08:57,160
‎'당신이 매년 별장을 빌리길래
‎나도 15년 동안 낚시를 한 거야!'

176
00:08:57,680 --> 00:08:59,600
‎'푸아투샤랑트에 할 게 뭐 있어?'

177
00:08:59,680 --> 00:09:02,240
‎아빠는 바들바들 떨면서
‎주무시러 들어갔어요

178
00:09:02,760 --> 00:09:04,720
‎전 당황한 채 밥을 먹었죠

179
00:09:05,360 --> 00:09:07,800
‎그리고 물었어요
‎'이게 같은 방향을 보는 거예요?'

180
00:09:09,440 --> 00:09:11,160
‎'한 명은 눈이 사시인가 봐요'

181
00:09:11,840 --> 00:09:12,680
‎'조심하세요'

182
00:09:15,040 --> 00:09:17,680
‎어쨌든 그런 이유로
‎저는 키스를 못 하고 있었어요

183
00:09:17,760 --> 00:09:19,240
‎노력은 했지만요

184
00:09:19,720 --> 00:09:21,960
‎결국 네 번째 데이트가 시작됐고

185
00:09:22,040 --> 00:09:24,200
‎저는 볼에 뽀뽀를 하고
‎그녀를 안으로 들였어요

186
00:09:24,280 --> 00:09:25,360
‎아름답더군요

187
00:09:25,440 --> 00:09:26,760
‎전 쿨한 척했죠

188
00:09:28,320 --> 00:09:31,400
‎하우스메이트의 3분 기술을 쓰려면
‎말을 잘라야 했는데

189
00:09:31,960 --> 00:09:32,880
‎전 수줍음이 많아요

190
00:09:33,600 --> 00:09:35,840
‎평소엔 괜찮지만
‎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떨죠

191
00:09:35,920 --> 00:09:37,240
‎그래서 동기를 부여해요

192
00:09:37,320 --> 00:09:38,800
‎'힘내, 넌 할 수 있어'

193
00:09:40,040 --> 00:09:43,960
‎'그냥 끼어들면 돼
‎어렵지 않아, 카운트 세자'

194
00:09:45,440 --> 00:09:46,280
‎'100초'

195
00:09:48,200 --> 00:09:49,560
‎그녀를 바라보면서…

196
00:09:50,160 --> 00:09:51,000
‎'저기!'

197
00:09:51,520 --> 00:09:53,080
‎힘이 너무 들어갔어요

198
00:09:53,160 --> 00:09:54,560
‎그녀는 펄쩍 뛰며 저를 쳐다봤죠

199
00:09:54,640 --> 00:09:55,720
‎정말이에요

200
00:09:55,800 --> 00:09:57,800
‎패닉한 나머지 '저기!'

201
00:10:00,480 --> 00:10:01,520
‎'왜 그래?'

202
00:10:01,600 --> 00:10:03,680
‎'화장실 좀 다녀올게!'

203
00:10:04,240 --> 00:10:06,760
‎즉흥적으로
‎팔을 이렇게 휘저었어요

204
00:10:06,840 --> 00:10:08,520
‎그리고 화장실 문을 잠그고

205
00:10:08,600 --> 00:10:11,240
‎10초 동안 생각에 잠겼어요
‎'무슨 짓을 한 거야?'

206
00:10:11,760 --> 00:10:12,720
‎'방금 어떻게 된 거지?'

207
00:10:12,800 --> 00:10:14,800
‎새로운 두려움이
‎스멀스멀 올라왔어요

208
00:10:15,800 --> 00:10:18,400
‎'아무것도 안 하면
‎내가 거짓말한 걸 들키겠지?'

209
00:10:18,920 --> 00:10:21,320
‎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
‎칫솔꽂이를 비우고

210
00:10:21,400 --> 00:10:22,960
‎물로 채운 다음에

211
00:10:24,800 --> 00:10:25,640
‎부었어요

212
00:10:26,720 --> 00:10:28,960
‎'나 정신과 가봐야겠다'

213
00:10:29,640 --> 00:10:30,480
‎'때가 됐어'

214
00:10:31,080 --> 00:10:32,840
‎'지금 오줌 누는 척을
‎하고 있잖아'

215
00:10:33,800 --> 00:10:37,040
‎'키스가 무서워서 이런다는 건
‎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야'

216
00:10:38,320 --> 00:10:40,440
‎초조한 상태로 거실에 돌아갔어요

217
00:10:41,120 --> 00:10:45,080
‎그런데 물 따르는 소리를 듣고
‎진짜로 오줌이 마려워진 거예요

218
00:10:45,160 --> 00:10:46,240
‎하지만

219
00:10:46,320 --> 00:10:48,760
‎두 번 연속 물을 내릴 순 없잖아요

220
00:10:49,400 --> 00:10:52,800
‎'오해하지 마, 내가 오줌을
‎길게 누는 걸 안 좋아해'

221
00:10:54,040 --> 00:10:56,920
‎'짧게 누고 잠깐 쉬고
‎마저 누는 걸 좋아하지'

222
00:10:57,000 --> 00:10:58,960
‎'1차 오줌을 눈 다음에'

223
00:10:59,480 --> 00:11:03,080
‎'일부러 중단하고
‎찌릿찌릿해지면 다시 내보내'

224
00:11:03,800 --> 00:11:05,160
‎'그게 2차 오줌이야'

225
00:11:05,240 --> 00:11:08,600
‎'난 원래 이렇게 누니까
‎뭐라고 하지 말아 줘'

226
00:11:08,680 --> 00:11:09,880
‎'나만의 정원이야'

227
00:11:10,720 --> 00:11:11,560
‎그럴 순 없죠

228
00:11:12,360 --> 00:11:13,880
‎결국 거실로 돌아갔어요

229
00:11:14,480 --> 00:11:15,440
‎땀을 흘리면서요

230
00:11:16,320 --> 00:11:19,240
‎그녀를 쳐다본 순간
‎왠지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

231
00:11:19,320 --> 00:11:21,160
‎말을 끊었어요, '미안해'

232
00:11:21,720 --> 00:11:23,960
‎'3분 뒤에 너한테 키스할게'

233
00:11:24,040 --> 00:11:24,880
‎'계속 얘기해'

234
00:11:26,520 --> 00:11:27,440
‎멋있었어!

235
00:11:29,080 --> 00:11:29,920
‎그런데 그녀가…

236
00:11:35,680 --> 00:11:37,240
‎'너 진짜 이상하다!'

237
00:11:40,200 --> 00:11:41,040
‎'알았어'

238
00:11:46,480 --> 00:11:48,360
‎그리고 바로 미개한 생각을 했죠

239
00:11:48,440 --> 00:11:50,400
‎'목소리 톤 안 높여?'

240
00:11:50,480 --> 00:11:52,120
‎'높이라고, 아가씨야!'

241
00:11:52,200 --> 00:11:54,640
‎순식간에
‎찌질한 남자가 돼버렸어요

242
00:11:55,640 --> 00:11:58,440
‎하지만 그녀의 눈빛은
‎키스를 원하고 있었죠

243
00:11:59,200 --> 00:12:02,000
‎거절이 두렵지도 않았고
‎귀여운 분위기가 조성됐어요

244
00:12:02,080 --> 00:12:03,760
‎2분이 흘렀고
‎제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

245
00:12:04,280 --> 00:12:06,760
‎2분 30초, 2분 40초

246
00:12:07,280 --> 00:12:08,360
‎2분 50초

247
00:12:09,320 --> 00:12:10,320
‎13분

248
00:12:11,560 --> 00:12:14,200
‎쳐다보는 눈빛이 마치
‎'3분 뒤에 한다고 하지 않았나?'

249
00:12:15,760 --> 00:12:16,960
‎키스를 할 수 없었어요

250
00:12:18,040 --> 00:12:19,320
‎다 들리거든요?

251
00:12:20,400 --> 00:12:21,320
‎무서운 게 아니에요

252
00:12:21,840 --> 00:12:24,920
‎키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
‎무방비가 되는 게 무서워요

253
00:12:25,440 --> 00:12:27,280
‎키스할 때
‎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느냐면…

254
00:12:27,360 --> 00:12:30,440
‎흔한 키스 말고
‎진짜 키스를 말하는 거예요

255
00:12:30,520 --> 00:12:32,200
‎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키스요

256
00:12:32,720 --> 00:12:35,280
‎그런 키스를 할 때가
‎가장 무방비한 상태죠

257
00:12:35,360 --> 00:12:36,720
‎그 한 행동

258
00:12:37,240 --> 00:12:39,840
‎상징적이고 우스꽝스러운
‎그 행동을 하려면

259
00:12:41,440 --> 00:12:43,080
‎몇 달 전부터 상대를 생각하며

260
00:12:43,160 --> 00:12:45,880
‎쌓아왔던 감정들을
‎전부 쏟아내야만 해요

261
00:12:45,960 --> 00:12:49,040
‎용기를 내서 그 감정을
‎은쟁반 위에 올리고

262
00:12:49,600 --> 00:12:51,160
‎상대의 눈을 쳐다보고

263
00:12:51,240 --> 00:12:54,800
‎그 은쟁반을 건넬 타이밍을
‎겸허히 기다려야 하죠

264
00:12:55,920 --> 00:12:57,720
‎끔찍한 건
‎거절당할 수 있다는 거예요

265
00:12:58,640 --> 00:12:59,480
‎'싫어!'

266
00:13:00,200 --> 00:13:02,440
‎그럼 난 항변하겠죠
‎'괜찮아, 별일 아니야'

267
00:13:03,800 --> 00:13:04,720
‎'이럴 수 있어'

268
00:13:04,800 --> 00:13:07,720
‎'도전하지 않으면
‎아무것도 못 얻는 거잖아'

269
00:13:07,800 --> 00:13:09,640
‎'실비, 너 나랑 장난해?'

270
00:13:10,880 --> 00:13:13,720
‎'나 자러 가도 되지?
‎오늘 정말 피곤하네'

271
00:13:13,800 --> 00:13:15,960
‎'이거 주울 거냐고? 당연하지!'

272
00:13:16,040 --> 00:13:17,920
‎'내가 그렇게 지저분한 줄 알아?'

273
00:13:18,000 --> 00:13:21,360
‎'내 자존감이 좀 망가졌지만
‎별일 아니야'

274
00:13:21,440 --> 00:13:22,400
‎공포 그 자체예요

275
00:13:24,280 --> 00:13:25,520
‎너무 무서워요

276
00:13:26,280 --> 00:13:29,120
‎최근에 배운 사실인데
‎누군가와 키스를 하면

277
00:13:29,200 --> 00:13:30,440
‎박테리아가…

278
00:13:30,520 --> 00:13:32,320
‎아마 맘에 안 드실 거예요

279
00:13:32,880 --> 00:13:35,360
‎그 사람 입에 있던 박테리아가

280
00:13:35,440 --> 00:13:37,480
‎내 입에서 4년을 생존한대요

281
00:13:39,080 --> 00:13:42,000
‎싫은 사람이랑 키스한 분들은
‎당황하네요, '뭐라고 했냐?'

282
00:13:43,080 --> 00:13:46,080
‎'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떠드네
‎네가 스티브 잡스야?'

283
00:13:46,600 --> 00:13:47,640
‎팩트입니다

284
00:13:48,400 --> 00:13:49,720
‎집에 가서 검색해 보세요

285
00:13:50,280 --> 00:13:52,320
‎여러분의 입은
‎과거의 사람들로 가득해요

286
00:13:52,880 --> 00:13:54,320
‎일종의 에어비앤비랄까요?

287
00:13:55,560 --> 00:13:56,920
‎작은 별장이네요

288
00:13:57,800 --> 00:13:59,800
‎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
‎푸아투샤랑트 같아요

289
00:14:00,880 --> 00:14:01,760
‎'어서 오세요!'

290
00:14:02,600 --> 00:14:05,960
‎'스리 라벤더 별장에 오신 걸
‎환영합니다!'

291
00:14:06,880 --> 00:14:08,240
‎'여행은 어떠셨나요?'

292
00:14:09,960 --> 00:14:10,800
‎이게 저예요

293
00:14:18,120 --> 00:14:19,120
‎키스를 못 했어요

294
00:14:19,840 --> 00:14:22,440
‎키스하겠다고 해놓고 실패하면
‎최악의 무력감에 휩싸여요

295
00:14:23,280 --> 00:14:25,040
‎그녀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해서

296
00:14:25,120 --> 00:14:28,200
‎문까지 배웅해 줬어요
‎마지막으로 멈춰 선 그녀에게

297
00:14:30,160 --> 00:14:32,080
‎전 한심하게 볼 뽀뽀를 해줬죠

298
00:14:32,560 --> 00:14:35,040
‎'그럼 다음에 봐'라는 말에

299
00:14:35,560 --> 00:14:36,840
‎'응'이라고 대답하고

300
00:14:37,680 --> 00:14:39,600
‎문을 꽝 닫았어요

301
00:14:40,400 --> 00:14:42,520
‎이건 엉덩이 때리는
‎손짓 아닌가요?

302
00:14:43,720 --> 00:14:44,800
‎제가 마임을 잘 못해요

303
00:14:45,600 --> 00:14:47,880
‎키스도 못 하는 놈이
‎'잘 가라, 공주님'

304
00:14:48,440 --> 00:14:51,520
‎'안 가면 쫓아낼 거야
‎조심해서 가라'라고 한 게 아니고

305
00:14:51,600 --> 00:14:54,560
‎그냥 마임을 잘 못해요
‎문을 어떻게 닫죠?

306
00:14:56,280 --> 00:14:58,240
‎'파스파르투' 같네요

307
00:14:59,320 --> 00:15:01,440
‎마임을 못해요

308
00:15:02,240 --> 00:15:03,520
‎문을 쾅 닫았어요

309
00:15:03,600 --> 00:15:07,240
‎그러자 하우스메이트가 문을 열고
‎'어떻게 됐어?'

310
00:15:07,760 --> 00:15:09,680
‎'다 듣고 있었지?'
‎'당연하지'

311
00:15:10,520 --> 00:15:11,840
‎숨기지도 않아요

312
00:15:11,920 --> 00:15:14,800
‎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어서
‎거짓말을 안 하거든요

313
00:15:15,320 --> 00:15:17,320
‎'목소리 톤 높아지는 거 들었어'

314
00:15:17,920 --> 00:15:21,480
‎'키스를 원하고 있었어
‎그러니까 두려움은 네 망상이야'

315
00:15:22,240 --> 00:15:25,280
‎미칠 것만 같아서 소리쳤어요
‎'내 아빠처럼 굴지 마!'

316
00:15:26,840 --> 00:15:28,720
‎그러자 벌로 나를 방으로 보냈죠

317
00:15:30,240 --> 00:15:31,240
‎잠이 안 왔어요

318
00:15:32,000 --> 00:15:35,920
‎불면증이 있어서 미칠 것만 같았죠
‎아니, 이 말은 그만 쓸래요

319
00:15:36,680 --> 00:15:38,480
‎불면증, 그거 거짓말이에요

320
00:15:39,200 --> 00:15:41,440
‎진실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죠

321
00:15:42,440 --> 00:15:45,760
‎'베르트랑, 피곤해 보여'
‎'불면증 있어서 그래, 괜찮아'

322
00:15:46,560 --> 00:15:47,640
‎사실대로 말해도 되잖아요

323
00:15:48,160 --> 00:15:49,720
‎털어놓자고요, '그래'

324
00:15:49,800 --> 00:15:52,080
‎'지금 내 인생에 문제가 있는데'

325
00:15:52,160 --> 00:15:54,160
‎'낮 시간에는
‎그 생각을 할 수가 없어'

326
00:15:55,760 --> 00:15:57,240
‎'그래서 대신 밤에 해'

327
00:15:57,840 --> 00:15:58,680
‎'울면서'

328
00:15:59,720 --> 00:16:02,560
‎'침대에 누워서 울다가
‎눈물이 귀로 들어가면'

329
00:16:03,760 --> 00:16:05,440
‎'난 내 슬픔을 들어'

330
00:16:06,520 --> 00:16:08,120
‎'세벤에서
‎주말은 잘 보냈니, 에리크?'

331
00:16:12,120 --> 00:16:13,440
‎숨기는 것보다 낫죠?

332
00:16:15,960 --> 00:16:16,920
‎그냥 그렇다고요

333
00:16:17,880 --> 00:16:18,720
‎화가 났어요

334
00:16:18,800 --> 00:16:22,080
‎아빠는 우리 형제들한테
‎상상일 뿐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

335
00:16:22,560 --> 00:16:24,640
‎아빠를 보러 가면 '속상하냐?'

336
00:16:26,000 --> 00:16:27,280
‎'그거 다 상상이야'

337
00:16:28,240 --> 00:16:30,600
‎'울어 봤자 아무 도움 안 돼'

338
00:16:31,920 --> 00:16:32,760
‎'상처를 꿰맸다고?'

339
00:16:34,160 --> 00:16:35,480
‎'그거 다 상상이야'

340
00:16:36,000 --> 00:16:38,240
‎'아빠, 피가 나는데요?'
‎'머릿속 상상이야'

341
00:16:38,760 --> 00:16:41,200
‎'아니, 머릿속에 있던 상상이
‎흘러나온다고요'

342
00:16:42,360 --> 00:16:45,440
‎아빠는 남자에 대한
‎보수적인 사상을 갖고 계세요

343
00:16:45,960 --> 00:16:48,000
‎아빠가 생각하는 남자는 남자답고

344
00:16:48,080 --> 00:16:50,680
‎자신감 있고, 유머 감각 있고
‎여자를 잘 꼬시고

345
00:16:50,760 --> 00:16:51,840
‎약한 모습을 안 보여요

346
00:16:52,360 --> 00:16:54,000
‎아빠가 부정하는 두 개가 있는데

347
00:16:54,080 --> 00:16:56,560
‎하나는 감정이에요
‎아빠에게 감정은 존재하지 않아요

348
00:16:57,120 --> 00:16:58,080
‎다른 하나는 과속방지턱

349
00:16:59,200 --> 00:17:00,600
‎그것도 존재하지 않아요

350
00:17:00,680 --> 00:17:03,320
‎시속 70km로 방지턱을 넘으세요

351
00:17:03,400 --> 00:17:06,040
‎'방지턱 있었잖아요'
‎'왜 그렇게 생각하지?'

352
00:17:06,560 --> 00:17:09,920
‎그럼 난 이마가
‎천장에 닿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죠

353
00:17:10,440 --> 00:17:12,840
‎미치겠어요, 얼마 전에

354
00:17:12,920 --> 00:17:15,440
‎아빠가 식당에서 나오면서
‎커피를 테이크아웃했어요

355
00:17:15,960 --> 00:17:17,280
‎왜인지는 모르겠어요

356
00:17:17,360 --> 00:17:20,400
‎요즘 자꾸 그러시더라고요
‎'시간 없으니 가져갈게요'

357
00:17:20,920 --> 00:17:21,760
‎시간 많아요

358
00:17:22,520 --> 00:17:23,760
‎제가 아빠 일정 알거든요

359
00:17:24,720 --> 00:17:26,280
‎시간은 많은데 하는 건 없어요

360
00:17:27,160 --> 00:17:28,920
‎커피를 들고 차에 탔는데

361
00:17:29,000 --> 00:17:30,240
‎과속방지턱을 넘고 나서

362
00:17:30,320 --> 00:17:31,960
‎아빠의 허벅지를 보니까

363
00:17:32,040 --> 00:17:34,000
‎작은 커피 얼룩이 있는 거예요

364
00:17:34,960 --> 00:17:36,920
‎저는 흥분해서 말했어요
‎'방지턱 넘었죠?'

365
00:17:37,440 --> 00:17:39,120
‎'안 넘었다고요?
‎하나만 물어볼게요'

366
00:17:39,640 --> 00:17:41,760
‎'왜 아빠 허벅지에
‎커피 얼룩이 있죠?'

367
00:17:42,280 --> 00:17:44,400
‎그러자 아빠가… 실제 상황이에요

368
00:17:44,960 --> 00:17:46,880
‎길이 기억될 만한 말을 해줄게요

369
00:17:47,680 --> 00:17:48,520
‎아빠가…

370
00:17:53,520 --> 00:17:55,440
‎'난 원래 커피 이렇게 마셔'

371
00:18:01,040 --> 00:18:02,880
‎눈 하나 깜짝 안 해요

372
00:18:03,640 --> 00:18:05,680
‎그게 아빠가 생각하는
‎남자의 모습이에요

373
00:18:05,760 --> 00:18:07,960
‎'내가 맞다면 맞는 거야!'

374
00:18:08,680 --> 00:18:10,920
‎어릴 적부터
‎우리에게 이걸 가르치셨어요

375
00:18:11,440 --> 00:18:15,280
‎8살 때 가족들이
‎별장을 빌려 놀러 갔는데…

376
00:18:19,040 --> 00:18:20,840
‎다들 내 인생을 비웃지만 괜찮아요

377
00:18:21,360 --> 00:18:24,560
‎아빠랑 형들이랑
‎숲속을 걷고 있었어요

378
00:18:24,640 --> 00:18:26,280
‎재밌고 유익한 하이킹이 아니에요

379
00:18:26,360 --> 00:18:28,920
‎여러분은 즐거운 하이킹으로
‎유년기를 보냈겠죠

380
00:18:29,000 --> 00:18:30,120
‎'얘들아, 이리 와봐!'

381
00:18:34,200 --> 00:18:35,400
‎'이게 침엽수라는 거야'

382
00:18:36,720 --> 00:18:39,080
‎물론 나무 앞에서
‎속삭이는 건 바보 같지만요

383
00:18:39,600 --> 00:18:41,840
‎우린 그저 한 줄로 서서

384
00:18:41,920 --> 00:18:43,880
‎말없이 45분을 걸었어요

385
00:18:43,960 --> 00:18:46,200
‎정말 무서웠어요
‎마치 우리가 인질인데

386
00:18:47,040 --> 00:18:48,480
‎몸을 풀게 해주는 것처럼요

387
00:18:48,560 --> 00:18:52,600
‎'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 착해졌네
‎하루에 5분이나 운동도 시켜주고'

388
00:18:52,680 --> 00:18:55,000
‎'잉그리드 때랑은 달라'

389
00:18:55,520 --> 00:18:59,600
‎한 명이 울기 시작했어요
‎그러자 짜증 난 아빠가 '야'

390
00:19:00,680 --> 00:19:01,520
‎'그만 울어'

391
00:19:02,360 --> 00:19:04,960
‎교육적 관점에서
‎절대 먹히지 않는 방법이죠

392
00:19:05,560 --> 00:19:08,800
‎이런 아이 보셨어요?
‎'맞다!'

393
00:19:10,040 --> 00:19:12,520
‎'너무 한심해
‎왜 그 생각을 못 했지?'

394
00:19:14,240 --> 00:19:15,840
‎'수도꼭지 잠갔어요!'

395
00:19:16,400 --> 00:19:18,120
‎'처음 뵙겠습니다, 누구시죠?'

396
00:19:18,200 --> 00:19:20,000
‎'아, 우리 아빠구나?'

397
00:19:20,080 --> 00:19:20,920
‎못 봤겠죠

398
00:19:22,320 --> 00:19:24,800
‎이런 애가 있다면 도망치세요

399
00:19:25,440 --> 00:19:28,280
‎건방지게 어른을 갖고 노는 거예요
‎좋은 징조가 아니죠

400
00:19:29,040 --> 00:19:29,960
‎울음을 안 멈추니까

401
00:19:30,040 --> 00:19:33,480
‎아빠가 가까이 다가가서
‎이렇게 말했어요, '야'

402
00:19:35,480 --> 00:19:39,360
‎'네 상상일 뿐이야
‎남들 앞에서 내색하지 마'

403
00:19:40,760 --> 00:19:44,320
‎우릴 보시더니 이렇게 말했어요
‎'하나 가르쳐주마'

404
00:19:45,520 --> 00:19:46,640
‎그리고 바지를 벗었어요

405
00:19:47,840 --> 00:19:50,040
‎걱정 마세요
‎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

406
00:19:50,920 --> 00:19:52,840
‎왠진 몰라도 제 어릴 적 기억에

407
00:19:52,920 --> 00:19:55,160
‎우리 아빠는
‎항상 속옷 바람이셨거든요

408
00:19:55,720 --> 00:19:57,960
‎바지를 벗어 던지고 '얘들아!'

409
00:19:58,800 --> 00:20:00,040
‎'잘 봐라!'

410
00:20:01,040 --> 00:20:03,000
‎취한 거 아니고
‎말투가 원래 이래요

411
00:20:03,520 --> 00:20:06,600
‎속옷 바람으로 숲속으로 걸어가는
‎아빠를 지켜봤어요

412
00:20:08,440 --> 00:20:10,640
‎산짐승처럼 자연스럽더라고요

413
00:20:10,720 --> 00:20:13,600
‎어쩐지 사람이라기엔
‎털이 너무 많긴 했어요

414
00:20:13,680 --> 00:20:16,000
‎20m 정도 들어가서 멈추더니
‎다시 '얘들아!'

415
00:20:17,040 --> 00:20:18,880
‎'여기 쐐기풀이 있는
‎도랑이 있다!'

416
00:20:20,000 --> 00:20:20,880
‎들어가셨어요

417
00:20:21,960 --> 00:20:23,440
‎그리고 몸을 막 문지르는데

418
00:20:23,520 --> 00:20:26,440
‎가슴 위로만 보이니까
‎너무 이상하고 무서운 거예요

419
00:20:26,960 --> 00:20:29,720
‎그러다가 나와서
‎울던 형한테 말씀하셨어요, '야'

420
00:20:36,920 --> 00:20:38,040
‎'아빠가 우냐?'

421
00:20:38,960 --> 00:20:42,360
‎나머지 애들은
‎'누가 아동복지국에 전화 좀 해'

422
00:20:43,040 --> 00:20:46,000
‎'가족이 생이별하겠지만
‎적어도 안전해지겠지'

423
00:20:47,120 --> 00:20:49,120
‎모두 겁에 질려 대답했어요
‎'아뇨'

424
00:20:49,640 --> 00:20:51,800
‎'안 울어요'
‎'아빠 안 울지?'

425
00:20:53,280 --> 00:20:57,120
‎'남자는 이래야 돼
‎울고 싶어도 울지 마라!'

426
00:21:00,000 --> 00:21:04,880
‎'네 내면을 드러내면
‎세상이 널 잡아먹을 거야'

427
00:21:06,040 --> 00:21:06,880
‎'알겠나?'

428
00:21:07,880 --> 00:21:09,000
‎그러자…

429
00:21:09,840 --> 00:21:11,640
‎한 명씩 울기 시작했어요

430
00:21:12,440 --> 00:21:15,160
‎덩치 크고 간지러운 붉은 남자가
‎겁을 줬으니까요

431
00:21:15,720 --> 00:21:18,240
‎'내 말을 왜 못 알아들어!'

432
00:21:18,320 --> 00:21:20,800
‎'코슈마 앙 퀴진'의
‎필리프 에셰베스트 같았어요

433
00:21:20,880 --> 00:21:24,200
‎엄마는 우리를 기다리며
‎멀리서 지켜보고 계셨어요

434
00:21:24,280 --> 00:21:26,040
‎남편은 속옷을 입고

435
00:21:26,120 --> 00:21:29,800
‎눈물을, 그것도 애들 앞에서
‎눈물을 참고 있었고

436
00:21:30,320 --> 00:21:32,480
‎한 형제는 아무 이유 없이
‎바지를 벗었죠

437
00:21:34,040 --> 00:21:35,840
‎모든 가족에는 괴짜가 있잖아요

438
00:21:36,360 --> 00:21:38,960
‎아무도 안 볼 때 바지를 내리고는

439
00:21:39,040 --> 00:21:40,320
‎'엄마!'

440
00:21:41,360 --> 00:21:42,680
‎'엄마, 보세요!'

441
00:21:44,120 --> 00:21:46,360
‎그 형제가 바로 접니다

442
00:21:47,680 --> 00:21:49,640
‎제 천직을 일찌감치 찾았죠

443
00:21:51,040 --> 00:21:55,040
‎그날 부모님은 크게 싸웠고
‎저는 커플에 대해 하나 배웠어요

444
00:21:55,120 --> 00:21:57,240
‎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과

445
00:21:57,320 --> 00:21:59,320
‎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

446
00:21:59,400 --> 00:22:00,800
‎이유를 도통 모르겠어요

447
00:22:01,760 --> 00:22:04,320
‎제 부모님도 그래요
‎아빠는 감정을 숨기고

448
00:22:04,400 --> 00:22:05,840
‎꼭꼭 눌러서 묻어버려요

449
00:22:06,360 --> 00:22:09,680
‎그런데 엄마는 감정을 느끼면
‎'여기 내 감정이에요'

450
00:22:10,320 --> 00:22:12,120
‎'내 영혼을 맘대로 해도 좋아요'

451
00:22:12,640 --> 00:22:14,960
‎'가기 전에 이 끈을 당겨볼래요?'

452
00:22:15,040 --> 00:22:17,040
‎'내 인생으로 꼰 끈이랍니다'

453
00:22:17,680 --> 00:22:19,280
‎뮤지컬 속에 살아요

454
00:22:20,600 --> 00:22:23,680
‎항상 모든 감정을 너무 빨리
‎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내요

455
00:22:25,440 --> 00:22:27,000
‎그래서 불편해요

456
00:22:27,080 --> 00:22:29,640
‎갑작스럽게 나체주의자를
‎만났을 때처럼요

457
00:22:30,480 --> 00:22:31,720
‎느낌 알죠?

458
00:22:31,800 --> 00:22:33,800
‎해변에 갔는데…

459
00:22:36,160 --> 00:22:37,200
‎나 말고 아무도 없는데

460
00:22:37,280 --> 00:22:38,840
‎굳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

461
00:22:38,920 --> 00:22:40,880
‎자기소개를 해요
‎'장클로드라고 합니다'

462
00:22:40,960 --> 00:22:41,800
‎'네!'

463
00:22:42,840 --> 00:22:47,160
‎'이미 그쪽 물건을 봐서
‎이름은 별로 안 중요해요'

464
00:22:47,800 --> 00:22:51,080
‎'뭐가 먼저인지 배우시는 게
‎중요해 보이는데요'

465
00:22:53,360 --> 00:22:54,200
‎엄마가 그래요

466
00:22:54,800 --> 00:22:58,280
‎너무 많은 감정을
‎한꺼번에 쏟아내요

467
00:22:59,600 --> 00:23:00,920
‎최근에 투어를 하면서

468
00:23:01,000 --> 00:23:03,760
‎행사장 매니저들하고
‎저녁 식사를 했어요

469
00:23:04,280 --> 00:23:06,600
‎한 남자분이 늦게 오셨는데

470
00:23:06,680 --> 00:23:08,800
‎지식도 풍부하고
‎감정도 풍부하신 분이더군요

471
00:23:08,880 --> 00:23:11,960
‎저는 불편했어요
‎'안녕하세요, 반가워요, 기예요'

472
00:23:12,040 --> 00:23:13,200
‎'늦어서 미안합니다'

473
00:23:13,280 --> 00:23:15,840
‎'아내랑 이혼 서류 서명하느라요'

474
00:23:16,640 --> 00:23:19,280
‎'이제 전 부인이죠
‎참, 저 클라리넷 할 줄 알아요'

475
00:23:20,840 --> 00:23:22,720
‎저녁 식사 내내 드는 생각이

476
00:23:22,800 --> 00:23:24,800
‎'감정에 속옷 좀 입혀요'

477
00:23:25,960 --> 00:23:27,960
‎'불알이 보일 지경이잖아요'

478
00:23:29,080 --> 00:23:30,040
‎'성급하시네'

479
00:23:31,160 --> 00:23:33,520
‎엄마는 자기 생각을
‎일찍부터 우리와 공유하셨어요

480
00:23:34,480 --> 00:23:38,280
‎제가 고작 중학생일 때
‎존재론적 위기를 유발하셨죠

481
00:23:38,920 --> 00:23:42,120
‎음악 학교에 가야 해서
‎둘이 차에 타는데

482
00:23:42,640 --> 00:23:44,480
‎저는 자연스럽게 뒤에 타려고 했죠

483
00:23:45,000 --> 00:23:47,960
‎그러자 엄마가 문을 막더니
‎'그러지 말고'

484
00:23:48,520 --> 00:23:49,560
‎'앞에 타렴'

485
00:23:50,440 --> 00:23:51,560
‎처음 있는 일이었어요

486
00:23:51,640 --> 00:23:53,840
‎그게 얼마나
‎대단한 성장인지 아세요?

487
00:23:54,560 --> 00:23:55,400
‎제가 그랬어요

488
00:23:56,600 --> 00:23:57,440
‎'정말요?'

489
00:23:58,120 --> 00:23:58,960
‎그러자 엄마가

490
00:23:59,760 --> 00:24:00,720
‎'그래, 타'

491
00:24:02,720 --> 00:24:04,120
‎'근데 왜 속삭여요?'

492
00:24:05,160 --> 00:24:07,320
‎잔뜩 흥분해서 차에 탔어요

493
00:24:07,840 --> 00:24:11,240
‎'꼬맹이 인 더 하우스!'
‎너무 기쁜 거예요

494
00:24:12,000 --> 00:24:14,520
‎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
‎'이제 세금도 내야 되나?'

495
00:24:15,680 --> 00:24:17,240
‎전 세금을 무서워했거든요

496
00:24:17,840 --> 00:24:20,520
‎고지서가 오면
‎아빠가 우리 앞에서 열어보셨죠

497
00:24:20,600 --> 00:24:24,000
‎'어릴 때 실컷 즐겨라
‎언젠가 세금이 널 잡으러 갈 거야'

498
00:24:24,920 --> 00:24:27,880
‎그렇게 우릴 미궁에 빠트리고
‎주무시러 가셨어요

499
00:24:28,400 --> 00:24:32,280
‎밤에 형이랑 침대에 누워서
‎'세금이 우릴 잡으러 올까?'

500
00:24:33,000 --> 00:24:35,080
‎'저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'

501
00:24:37,400 --> 00:24:40,000
‎엄마랑 차에 타고 출발했는데
‎날이 좀 더웠어요

502
00:24:40,080 --> 00:24:43,560
‎그래서 좋았죠
‎조수석 창문을 열 수 있으니까요

503
00:24:44,280 --> 00:24:46,200
‎뒷좌석 창문은 루저용이에요

504
00:24:47,000 --> 00:24:48,080
‎뒤에서는…

505
00:24:50,760 --> 00:24:53,720
‎'난 돈이 없어서
‎자동 창문은 없고'

506
00:24:54,440 --> 00:24:56,680
‎'몸으로 때운다'

507
00:24:56,760 --> 00:24:57,600
‎가난한 녀석들

508
00:24:58,200 --> 00:24:59,920
‎그런데 자동 창문을 처음 쓴 순간…

509
00:25:03,800 --> 00:25:06,040
‎갑자기 콧대가 높아지더라고요

510
00:25:06,560 --> 00:25:09,960
‎뒤에 탄 애들을 놀려댔죠
‎'바람 세면 얘기해, 닫아줄게'

511
00:25:15,560 --> 00:25:17,240
‎마임을 못해요, 죄송해요

512
00:25:20,720 --> 00:25:23,520
‎소 눈을 손가락으로
‎찌르는 것 같네요

513
00:25:27,400 --> 00:25:30,640
‎소가 좋아하는 건지
‎싫어하는 건지 모르겠어요

514
00:25:30,720 --> 00:25:32,080
‎'안 돼, 하지 마!'

515
00:25:32,160 --> 00:25:34,840
‎아니면… '아이, 좋아!'

516
00:25:37,400 --> 00:25:41,240
‎'더 해줘! 다른 쪽도! 그래!'

517
00:25:46,720 --> 00:25:49,040
‎이걸 5분은 더 할 수 있지만

518
00:25:49,560 --> 00:25:51,560
‎그건 너무 이기적이겠죠?

519
00:25:52,600 --> 00:25:54,480
‎여러분의 의견이 중요합니다

520
00:25:58,800 --> 00:26:01,520
‎더 안 할게요, 그만!

521
00:26:07,320 --> 00:26:10,480
‎농담 말고 신음을 들려달라고
‎박수 받는 기분이 참 묘하네요

522
00:26:10,560 --> 00:26:12,960
‎하지만 제 생각도
‎여러분 생각과 같습니다

523
00:26:14,200 --> 00:26:17,040
‎진짜로 소 눈을 손가락으로
‎찔러보세요, 죄송해요!

524
00:26:17,560 --> 00:26:19,680
‎그만할게요
‎그런데 반응 안 할걸요?

525
00:26:20,680 --> 00:26:22,880
‎돈도 걸 수 있어요, 확실해요

526
00:26:22,960 --> 00:26:23,920
‎들판에서 해보세요

527
00:26:24,680 --> 00:26:25,600
‎그러면 아마…

528
00:26:32,040 --> 00:26:34,360
‎'뭐지, 오른쪽이 안 보여'

529
00:26:35,760 --> 00:26:36,600
‎'대박!'

530
00:26:40,680 --> 00:26:43,720
‎'분명 나무가 있다가 사라졌어
‎거참 이상하네!'

531
00:26:46,160 --> 00:26:49,000
‎'나무가 돌아왔어! 다행이다!'

532
00:26:50,200 --> 00:26:52,400
‎산만해졌네, 이제 집중합시다

533
00:26:54,160 --> 00:26:55,440
‎창문을 내렸어요

534
00:26:55,520 --> 00:26:57,120
‎엄마랑 차를 타고 가면서

535
00:26:58,120 --> 00:26:59,240
‎창문을 내리니까

536
00:26:59,880 --> 00:27:02,760
‎따뜻한 여름 바람이
‎머리를 스치는 게 느껴졌어요

537
00:27:03,560 --> 00:27:05,320
‎그리고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죠

538
00:27:05,400 --> 00:27:08,160
‎아마 아실 거예요
‎미국 영화의 오프닝인데

539
00:27:08,240 --> 00:27:11,600
‎황량한 길을 달리는 캐딜락
‎가죽 재킷, 선글라스 쓴 두 멋쟁이

540
00:27:12,120 --> 00:27:13,840
‎록 음악을 크게 틀어둔 채

541
00:27:13,920 --> 00:27:15,960
‎창문을 내리고 팔을 내민 다음

542
00:27:16,960 --> 00:27:18,960
‎'자유다!'

543
00:27:19,040 --> 00:27:20,520
‎그게 너무 하고 싶었어요

544
00:27:21,600 --> 00:27:25,200
‎그래서 이만큼 내렸어요
‎엄마가 허락하는 만큼만요

545
00:27:26,040 --> 00:27:27,040
‎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

546
00:27:28,240 --> 00:27:30,280
‎손가락 세 개를 밖에 내밀었죠

547
00:27:31,120 --> 00:27:34,080
‎일식집에서 탈출하려는 문어처럼요

548
00:27:34,600 --> 00:27:35,960
‎그리고 엄마 쪽을 보고…

549
00:27:38,520 --> 00:27:40,320
‎'자유다!'

550
00:27:40,400 --> 00:27:42,080
‎'조금만!'

551
00:27:42,760 --> 00:27:45,280
‎갑자기 엄마가 창문을 더 내려서
‎몸이 밖으로 빨려 나갔어요

552
00:27:45,360 --> 00:27:47,080
‎제가 뛰어내리길 원했나 봐요

553
00:27:47,800 --> 00:27:50,360
‎이제 제 팔은
‎전부 다 창밖에 있었죠

554
00:27:51,920 --> 00:27:55,040
‎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고
‎꼭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

555
00:27:56,000 --> 00:27:58,680
‎'될 대로 돼라' 하고
‎차 지붕에 손을 올렸죠

556
00:27:59,520 --> 00:28:02,680
‎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어요
‎'야, 진정해'

557
00:28:03,800 --> 00:28:05,760
‎'그러다 세금이 잡으러 온다'

558
00:28:08,320 --> 00:28:09,800
‎엄마는 노래를 틀어줬어요

559
00:28:11,040 --> 00:28:13,240
‎비틀즈의 '헤이 주드'

560
00:28:14,040 --> 00:28:17,880
‎역사적으로도, 제 인생에서도
‎손꼽히는 노래예요

561
00:28:18,440 --> 00:28:21,040
‎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어요
‎초여름, 무한한 가능성

562
00:28:21,120 --> 00:28:23,320
‎엄마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

563
00:28:24,720 --> 00:28:26,040
‎그 순간을 함께 즐겼죠

564
00:28:26,560 --> 00:28:27,840
‎날씨도 좋고 모든 게 완벽한데

565
00:28:27,920 --> 00:28:30,880
‎엄마가 볼륨을 낮추시더니
‎제게 말씀하셨어요

566
00:28:32,680 --> 00:28:34,640
‎'나를 묻을 때
‎이 노래를 틀어주렴'

567
00:28:42,240 --> 00:28:44,200
‎찰나의 존재론적 위기를 겪었어요

568
00:28:44,960 --> 00:28:47,320
‎'나 사실 앞자리에
‎앉고 싶지 않았어'

569
00:28:48,120 --> 00:28:50,000
‎'이 아줌마 하는 말이
‎맘에 안 들어'

570
00:28:50,680 --> 00:28:53,040
‎제가 힘들어하는 걸 보시고
‎엄마는 다시 볼륨을 낮추셨어요

571
00:28:53,120 --> 00:28:55,640
‎'아들, 진정해'

572
00:28:55,720 --> 00:28:58,560
‎'다 괜찮아'

573
00:29:00,560 --> 00:29:03,200
‎'엄마만 죽는 거 아니야
‎사람은 누구나 다 죽어'

574
00:29:03,720 --> 00:29:06,160
‎엄마들이 다 그렇듯이
‎마지막 한마디가 영 꽝이에요

575
00:29:06,680 --> 00:29:09,000
‎벼랑 끝까지 갔으면
‎멈춰야 하는데

576
00:29:09,080 --> 00:29:11,120
‎다른 사람들이
‎불편해하는 걸 눈치 못 챌 만큼

577
00:29:11,200 --> 00:29:12,960
‎사회적 센서들이 오작동을 하죠

578
00:29:13,480 --> 00:29:16,600
‎그래서 계속 말하면서
‎자기 무덤을 파 내려가요

579
00:29:17,320 --> 00:29:19,760
‎엄마는 그 말을 하고 나서
‎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였어요

580
00:29:20,600 --> 00:29:23,400
‎그때 왜 엄마에게
‎정신 문제가 없는지 깨달았죠

581
00:29:23,920 --> 00:29:25,280
‎우리한테 전가했기 때문에

582
00:29:26,240 --> 00:29:28,880
‎아주 똑똑하세요
‎그게 애들의 역할 아닌가요?

583
00:29:29,400 --> 00:29:31,720
‎인생은 다음 세대에 배턴을
‎넘겨주는 이어달리기라잖아요

584
00:29:32,240 --> 00:29:35,240
‎인생이 지치면 이러는 거죠
‎'아들, 이거 받아!'

585
00:29:35,320 --> 00:29:36,800
‎'뭔데요?'
‎'트라우마다!'

586
00:29:39,360 --> 00:29:40,440
‎그게 제 결론이에요

587
00:29:41,840 --> 00:29:44,400
‎아직까지도 악몽에서
‎그 장면이 반복돼요

588
00:29:44,480 --> 00:29:47,800
‎엄마는 저를 내려주고
‎비틀즈를 들으며 떠나셨고

589
00:29:47,880 --> 00:29:50,120
‎저는 생각했죠
‎'사람은 다 죽는구나!'

590
00:29:51,280 --> 00:29:52,480
‎그리고 곧 수업 시간이어서

591
00:29:52,560 --> 00:29:54,720
‎아코디언 선생님이
‎저를 데리러 나오셨고요

592
00:29:57,600 --> 00:29:58,960
‎아코디언 6년 배웠습니다

593
00:30:00,200 --> 00:30:03,440
‎예상한 반응이에요
‎다들 비난하듯 쳐다보네요

594
00:30:03,520 --> 00:30:05,200
‎'참 재밌는 성장기였겠어'

595
00:30:05,720 --> 00:30:07,560
‎처음엔 기타를 치고 싶었어요

596
00:30:10,120 --> 00:30:12,360
‎다른 어린 친구들처럼
‎섹스를 하려고요

597
00:30:13,000 --> 00:30:14,920
‎그게 기타의 목적이잖아요

598
00:30:15,000 --> 00:30:16,400
‎기타는 의도를 전달하고

599
00:30:17,160 --> 00:30:18,080
‎사연을 노래해요

600
00:30:18,160 --> 00:30:20,720
‎남근을 연상케 하는 모양을 가졌고

601
00:30:21,680 --> 00:30:24,640
‎바닷가에서 상대의 눈을
‎들여다보며 연주하는 악기

602
00:30:24,720 --> 00:30:25,720
‎그런 사연이 있죠

603
00:30:27,120 --> 00:30:27,960
‎반면…

604
00:30:31,000 --> 00:30:32,840
‎전혀 다른 의도를 전달해요

605
00:30:33,360 --> 00:30:35,520
‎'난 온갖 종류의 리예트를
‎만들 줄 알아'

606
00:30:37,520 --> 00:30:38,600
‎느낌이 달라요

607
00:30:40,280 --> 00:30:42,760
‎아빠를 기쁘게 해주려고
‎아코디언을 6년 배웠어요

608
00:30:42,840 --> 00:30:45,920
‎우리가 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
‎아빠는 싫어하셨어요

609
00:30:46,000 --> 00:30:48,480
‎애들의 행복이
‎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거죠

610
00:30:49,320 --> 00:30:50,520
‎크고 나서 행복하길 원했지

611
00:30:50,600 --> 00:30:52,080
‎아직 어릴 때는

612
00:30:52,160 --> 00:30:55,160
‎나중에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게
‎준비하길 원하셨어요

613
00:30:57,160 --> 00:30:59,320
‎그래서 내가 어른답다는 걸
‎보여드리고 싶었죠

614
00:30:59,400 --> 00:31:01,480
‎'어른이 할 만한 악기를 고르자'

615
00:31:02,200 --> 00:31:03,200
‎라코르데오니스토!

616
00:31:04,400 --> 00:31:06,000
‎전문가들은 그렇게 불러요

617
00:31:06,680 --> 00:31:09,200
‎바보 같은 생각이죠
‎아코디언 연주하는 어른 봤어요?

618
00:31:09,880 --> 00:31:11,320
‎노숙자 제외하고요

619
00:31:12,880 --> 00:31:14,880
‎어렸던 저는 무려 수백 시간 동안

620
00:31:14,960 --> 00:31:18,280
‎9.5kg 나가는 금속 덩어리를
‎허벅지 위에 올려놓고

621
00:31:18,360 --> 00:31:20,120
‎전후 군가를 연주했어요

622
00:31:20,720 --> 00:31:23,720
‎아코디언을 연주하면
‎전후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죠

623
00:31:24,240 --> 00:31:25,080
‎노래가 이렇거든요

624
00:31:25,160 --> 00:31:28,880
‎아비뇽의 전사들이
‎걸터앉은 그루터기

625
00:31:28,960 --> 00:31:31,280
‎그들은 전선에서 살아 돌아왔네

626
00:31:31,360 --> 00:31:33,160
‎정말 최악의 악기예요

627
00:31:33,680 --> 00:31:36,520
‎죽음까지 향하는
‎끝없는 우울의 늪이랄까요

628
00:31:37,480 --> 00:31:39,840
‎제일 싫었던 건
‎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

629
00:31:39,920 --> 00:31:41,360
‎음악 학교로 갈 때였어요

630
00:31:41,440 --> 00:31:43,400
‎다 백인이라 음악 학교에 다녔죠

631
00:31:43,480 --> 00:31:45,800
‎친구들은 기타 교실로 가면서

632
00:31:45,880 --> 00:31:48,600
‎거만을 떨었어요
‎'여자애들이 환장할걸?'

633
00:31:48,680 --> 00:31:50,080
‎저는 '나중에 보자' 하고

634
00:31:50,160 --> 00:31:52,160
‎홀로 안쓰럽게
‎복도를 따라 걸어가서

635
00:31:52,240 --> 00:31:55,560
‎아코디언 교실로 향했는데
‎교실 분위기가…

636
00:31:58,320 --> 00:31:59,800
‎'독일군을 조심해'

637
00:32:01,280 --> 00:32:03,480
‎'스트라스부르를 사수해라
‎애송이'

638
00:32:04,240 --> 00:32:05,080
‎힘들었어요

639
00:32:06,760 --> 00:32:11,200
‎인생의 중요한 순간에
‎아코디언을 그만뒀는데

640
00:32:12,800 --> 00:32:16,320
‎힘든 경험이었어요
‎한 여자애를 많이 좋아했었죠

641
00:32:16,960 --> 00:32:21,600
‎중학교 때 큰 파티가 열렸는데
‎저는 그 여자애를 많이 좋아했어요

642
00:32:22,120 --> 00:32:23,040
‎니농

643
00:32:23,120 --> 00:32:24,920
‎제 베프 토마도 파티에 왔고

644
00:32:25,440 --> 00:32:27,000
‎제가 니농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죠

645
00:32:27,520 --> 00:32:30,000
‎제가 말해줬거든요
‎내 찐친이었으니까

646
00:32:30,720 --> 00:32:34,080
‎얘기가 어디로 가는지 감이 오죠?
‎같이 갈래요?

647
00:32:34,960 --> 00:32:37,240
‎토마는 영리하게도
‎파티에 기타를 가져왔어요

648
00:32:37,320 --> 00:32:39,480
‎예고도 없이!

649
00:32:40,480 --> 00:32:43,320
‎토마가 구석에 서서
‎같잖은 곡을 연주하자

650
00:32:43,400 --> 00:32:46,240
‎니농은 토마에게 가서
‎창녀처럼 등에 손을 올렸죠

651
00:32:46,320 --> 00:32:48,200
‎죄송합니다, 사과할게요

652
00:32:48,280 --> 00:32:51,200
‎반응하기 전에 사과했으니까
‎무효예요

653
00:32:52,840 --> 00:32:53,680
‎니농은 토마에게

654
00:32:54,480 --> 00:32:56,920
‎'너 진짜 멋있다, 기타도 쳐?'

655
00:32:57,000 --> 00:32:58,920
‎그러더니 그날 손으로 해줬대요

656
00:33:09,720 --> 00:33:11,520
‎이게 프랑스입니다, 여러분

657
00:33:12,240 --> 00:33:14,240
‎F플랫 코드만 알면
‎손으로 해주는 나라예요

658
00:33:22,120 --> 00:33:25,560
‎제가 많이 좋아한 애잖아요
‎그런데도 토마는…

659
00:33:26,520 --> 00:33:28,800
‎아무렇지 않으세요?
‎정신 나갔어요?

660
00:33:28,880 --> 00:33:30,200
‎다들 누구 편이에요?

661
00:33:30,760 --> 00:33:32,000
‎토마는 알고 있었다고요

662
00:33:32,080 --> 00:33:34,160
‎그리스 신화에
‎나올 법한 배신이에요

663
00:33:34,240 --> 00:33:37,520
‎3막에 등 뒤에서
‎나를 칼로 찌른 거죠, 역겨워요

664
00:33:38,360 --> 00:33:41,280
‎어린 마음에 상처가 나면
‎절대 지워지지 않아요

665
00:33:43,240 --> 00:33:44,160
‎너무 화가 났어요

666
00:33:45,120 --> 00:33:47,040
‎처음으로 살인 충동이 일었죠

667
00:33:47,120 --> 00:33:49,320
‎토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어요

668
00:33:49,400 --> 00:33:52,240
‎힘이 세서 가능하긴 했죠
‎9.5kg 아코디언을 들고 다녔으니까

669
00:33:55,480 --> 00:33:56,560
‎너무 억울했어요

670
00:33:57,120 --> 00:33:58,360
‎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?

671
00:33:59,680 --> 00:34:01,280
‎'그래도 아코디언을
‎가져올 순 없었어'

672
00:34:01,880 --> 00:34:04,240
‎파티는 엘리베이터도 없는
‎6층에서 열렸거든요

673
00:34:05,640 --> 00:34:08,800
‎아코디언은 1층짜리 악기죠
‎지하철이라든가, 참호라든가

674
00:34:08,880 --> 00:34:11,240
‎저 아래 지옥과 가까운 곳들요

675
00:34:12,400 --> 00:34:14,360
‎그래서 '악마의 악기'라고

676
00:34:14,440 --> 00:34:16,040
‎전문가들은 부른답니다

677
00:34:18,200 --> 00:34:19,720
‎설령 들고 올라갔다 해도

678
00:34:20,480 --> 00:34:22,600
‎중학생들 파티에서
‎어떻게 연주하겠어요?

679
00:34:24,200 --> 00:34:27,920
‎뭐가 문제냐는 표정들인데
‎중학생 파티를 상상해 보세요

680
00:34:28,800 --> 00:34:29,800
‎이런 느낌이겠죠?

681
00:34:32,760 --> 00:34:35,480
‎친구도 많이 없고
‎눈을 자주 깜빡이는 아이가

682
00:34:36,000 --> 00:34:37,800
‎줄곧 크래커만 먹다가

683
00:34:38,520 --> 00:34:41,120
‎갑자기 흥분해서는
‎마이크를 잡습니다

684
00:34:43,360 --> 00:34:46,240
‎'얘들아, 겁내지 말고
‎내 주변에 모여봐!'

685
00:34:47,680 --> 00:34:49,200
‎'니농, 널 위해 준비했어!'

686
00:34:49,800 --> 00:34:51,920
‎그리고 트렁크를 열어요
‎트렁크 가방을요!

687
00:34:52,720 --> 00:34:54,440
‎애들은 본 적도 없는 거대한 가방

688
00:34:54,520 --> 00:34:55,920
‎웬만한 경차만큼 커요

689
00:34:56,000 --> 00:34:58,600
‎그리고 멜빵을 해요, 멜빵이라뇨!

690
00:34:59,400 --> 00:35:01,960
‎뒤쪽에 멜빵을 연결하는
‎작은 걸쇠가 있어요

691
00:35:02,040 --> 00:35:06,040
‎아코디언이 다리에 떨어지면
‎평생 불구가 될 수 있거든요

692
00:35:06,120 --> 00:35:07,440
‎'어이쿠, 조심했어야지!'

693
00:35:08,080 --> 00:35:10,160
‎농담이 아니고
‎첫 아코디언 레슨 때

694
00:35:10,240 --> 00:35:12,560
‎선생님이 그러셨어요
‎'걸쇠를 꼭 해야 돼'

695
00:35:12,640 --> 00:35:14,400
‎'안 그러면 장루이처럼 된다'
‎'안녕!'

696
00:35:14,480 --> 00:35:15,320
‎'아…'

697
00:35:16,440 --> 00:35:18,680
‎여덟 군데에 측만증이 있는 상태로

698
00:35:18,760 --> 00:35:20,280
‎외칩니다, '니농!'

699
00:35:32,440 --> 00:35:35,640
‎아비뇽의 전사들…

700
00:35:35,720 --> 00:35:36,800
‎걘 끝난 거예요

701
00:35:38,880 --> 00:35:39,720
‎끝이에요

702
00:35:46,560 --> 00:35:48,920
‎아무도 그 아이의 성기를
‎만져주지 않을 겁니다

703
00:35:50,040 --> 00:35:52,160
‎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?

704
00:35:52,240 --> 00:35:53,920
‎'저 아코디언 연주자랑 자고 싶어'

705
00:35:55,000 --> 00:35:55,840
‎절대 없죠

706
00:35:58,000 --> 00:36:00,560
‎그래서 관두고
‎좋아하는 걸 하기 시작했어요

707
00:36:00,640 --> 00:36:01,920
‎파리에 갈 때면

708
00:36:02,000 --> 00:36:04,720
‎코미디 클럽 밖에서
‎공연이 끝나길 기다리다가

709
00:36:04,800 --> 00:36:06,120
‎코미디언들과 대화했어요

710
00:36:06,200 --> 00:36:07,440
‎유머를 참 좋아하거든요

711
00:36:09,880 --> 00:36:12,280
‎바보 같은 말이네요, 취소할게요

712
00:36:12,360 --> 00:36:13,520
‎생각해 보니 이상해요

713
00:36:14,040 --> 00:36:17,640
‎'난 유머를 참 좋아해요
‎숨 쉬는 것도 참 좋아해요'

714
00:36:18,240 --> 00:36:21,120
‎'생존 필수 요소죠
‎와, 어려운 말도 잘하죠?'

715
00:36:21,640 --> 00:36:23,000
‎유머에 대해 배우고 싶었는데

716
00:36:23,080 --> 00:36:26,320
‎한 코미디언이 저를
‎캐스팅 디렉터에게 소개해 줬어요

717
00:36:26,840 --> 00:36:29,840
‎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다가
‎16살 때 합격한 게

718
00:36:29,920 --> 00:36:31,240
‎'프티 주르날'이에요

719
00:36:31,760 --> 00:36:35,040
‎17살에 첫 방송에 나갔는데
‎너무 어린 나이였죠

720
00:36:35,560 --> 00:36:40,120
‎방송 첫날 저녁에 스태프, 연예인
‎유명인들이 모여 술 파티를 했는데

721
00:36:40,680 --> 00:36:41,800
‎이런 생각이 들었어요

722
00:36:41,880 --> 00:36:45,280
‎'난 지금 집에 가서
‎부모님이랑 얘기해야 돼'

723
00:36:45,800 --> 00:36:48,000
‎그래서 택시를 탔어요
‎돈이 있었거든요

724
00:36:48,840 --> 00:36:49,680
‎방송인이니까요

725
00:36:50,280 --> 00:36:51,480
‎그리고 유대인이니까요

726
00:36:51,560 --> 00:36:55,400
‎농담이에요
‎갑자기 장르가 바뀔 뻔했네요

727
00:36:55,480 --> 00:36:57,520
‎'이 바닥엔
‎그 족속들이 너무 많아!'

728
00:36:57,600 --> 00:36:58,720
‎농담이에요

729
00:36:59,560 --> 00:37:01,080
‎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고

730
00:37:01,160 --> 00:37:03,160
‎저는 차 문을 세게 닫았어요

731
00:37:04,520 --> 00:37:07,320
‎택시가 좌회전할 때까지
‎천천히 지켜봤죠

732
00:37:07,400 --> 00:37:08,920
‎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

733
00:37:10,240 --> 00:37:12,360
‎그리고 뒤돌았는데
‎집이 거대하게 느껴졌어요

734
00:37:12,440 --> 00:37:15,320
‎집 앞에 자갈길이 있었는데

735
00:37:15,400 --> 00:37:18,080
‎평소보다 자갈 밟는 소리가
‎크게 느껴지더라고요

736
00:37:18,160 --> 00:37:20,120
‎이상하게도 모든 게
‎위협적으로 느껴졌어요

737
00:37:20,200 --> 00:37:23,040
‎초인종을 누르고
‎이유 모를 불안에 빠져 있는데

738
00:37:23,920 --> 00:37:25,160
‎엄마가 가운 차림으로 나오더니

739
00:37:25,240 --> 00:37:27,840
‎난생처음 받아보는
‎진한 포옹을 해주셨어요

740
00:37:27,920 --> 00:37:29,080
‎아주 진하게요

741
00:37:29,160 --> 00:37:33,080
‎그리고 비밀인 것처럼 속삭였어요
‎'자랑스럽다, 우리 아들'

742
00:37:33,720 --> 00:37:34,640
‎전 물러났어요

743
00:37:35,880 --> 00:37:36,720
‎그리고…

744
00:37:38,200 --> 00:37:39,040
‎'물론이죠'

745
00:37:39,880 --> 00:37:43,200
‎갑자기 귀족이 됐나 봐요
‎'물론이죠, 어머니'

746
00:37:43,800 --> 00:37:45,560
‎'이제 마구간으로 돌아가세요'

747
00:37:46,480 --> 00:37:48,440
‎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
‎거실로 들어가니

748
00:37:48,520 --> 00:37:51,520
‎아빠는 꺼진 TV 앞에
‎앉아 계셨어요

749
00:37:52,040 --> 00:37:53,240
‎속옷 바람으로요

750
00:37:54,040 --> 00:37:55,480
‎'앉아라'

751
00:37:55,560 --> 00:37:58,320
‎저는 자리에 앉았어요
‎학부모 회의 분위기였죠

752
00:37:59,120 --> 00:38:00,400
‎아빠 왈 '내가…'

753
00:38:03,160 --> 00:38:04,960
‎'주르날 프티 방송을 봤다'

754
00:38:08,480 --> 00:38:09,560
‎'그런데'

755
00:38:12,680 --> 00:38:13,960
‎'내 생각에는'

756
00:38:16,880 --> 00:38:19,800
‎'네가 허공을 쳐다봐서
‎멍청해 보이더라, 형편없었어'

757
00:38:20,680 --> 00:38:22,360
‎잠깐 침묵이 흐르다가

758
00:38:22,440 --> 00:38:24,560
‎아빠가 허벅지를 탁 치시더니

759
00:38:25,200 --> 00:38:26,680
‎느릿느릿 일어나셨어요

760
00:38:27,520 --> 00:38:29,280
‎'그럼 다들 잘 자고'

761
00:38:30,000 --> 00:38:31,120
‎그렇게 혼자 남겨졌죠

762
00:38:32,080 --> 00:38:33,520
‎그런데 아빠 말투가

763
00:38:33,600 --> 00:38:36,280
‎그날 밤 가족들을 죽이려는
‎사람의 말투더라고요

764
00:38:36,800 --> 00:38:38,400
‎'다들 잘 자고'

765
00:38:38,480 --> 00:38:39,920
‎'평안히 눈 감으시길'

766
00:38:40,640 --> 00:38:44,040
‎그러고는 거지 같은
‎족제비 굴로 들어가셨죠

767
00:38:44,560 --> 00:38:47,160
‎전 생각했어요
‎'언젠가 당신을 죽일 거야!'

768
00:38:48,240 --> 00:38:50,880
‎'사랑한다, 자랑스럽다'
‎이런 말을 기대했거든요

769
00:38:50,960 --> 00:38:54,440
‎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

770
00:38:54,520 --> 00:38:57,240
‎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아빠를
‎탓할 수도 없어요

771
00:38:57,760 --> 00:39:00,240
‎아빠가 우리를 진심으로
‎사랑하신다는 걸 알거든요

772
00:39:00,320 --> 00:39:03,160
‎우릴 위해 살인도 하실 거예요
‎이미 두 번 하셨고요

773
00:39:03,920 --> 00:39:05,800
‎하지만 감정이 관련된 일에서

774
00:39:05,880 --> 00:39:09,480
‎아빠와 이 세상 사이에는
‎기다란 벽이 있어요

775
00:39:09,560 --> 00:39:12,640
‎그게 너무 무서워요
‎저도 그렇게 될까 봐요

776
00:39:13,160 --> 00:39:16,240
‎좋아하는 여자가 생겨서
‎키스하고 싶을 때도요

777
00:39:16,840 --> 00:39:19,480
‎이런 건 부모가 해결하지 않으면
‎자녀에게 전파돼요

778
00:39:19,560 --> 00:39:22,440
‎감정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
‎키우는 일이죠

779
00:39:22,520 --> 00:39:23,360
‎'안녕하세요?'

780
00:39:24,560 --> 00:39:26,560
‎그리고 아주 조용한
‎가족 식사로 이어져요

781
00:39:27,080 --> 00:39:30,400
‎서로를 사랑하지만 말은 안 해요
‎심장은 마구 뛰고

782
00:39:30,480 --> 00:39:33,280
‎속에서는 아우성치죠
‎'날 사랑하는 거 알겠는데!'

783
00:39:33,360 --> 00:39:34,880
‎'한 번이라도 말해주면 안 돼요?'

784
00:39:34,960 --> 00:39:37,640
‎'25년 동안 자신감 없이
‎살아왔단 말이에요!'

785
00:39:38,280 --> 00:39:40,280
‎그럼 아빠는 그러겠죠
‎'젠장, 사랑한다'

786
00:39:40,360 --> 00:39:41,640
‎'사랑해서 널 먹을 수도 있어'

787
00:39:41,720 --> 00:39:44,000
‎'뼈만 남기고 다 먹어주마'

788
00:39:44,080 --> 00:39:45,120
‎'걸신들린 것처럼!'

789
00:39:45,640 --> 00:39:47,440
‎'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없어
‎사랑은 감정이고'

790
00:39:47,520 --> 00:39:49,520
‎'감정은 음문 달린 여자나
‎느끼는 거니까'

791
00:39:51,080 --> 00:39:52,240
‎그럼 엄마는 그러죠

792
00:39:52,320 --> 00:39:55,400
‎'음문이 많은 엄마가
‎아빠 몫까지 사랑해 줄게!'

793
00:39:56,680 --> 00:39:58,760
‎'그리고 연못 있는 별장 찾았어!'

794
00:40:00,000 --> 00:40:00,840
‎'드디어'

795
00:40:01,680 --> 00:40:02,520
‎안타까워요

796
00:40:03,520 --> 00:40:06,240
‎저를 포함해 사람은 누구나
‎어리석은 행동을 해요

797
00:40:07,120 --> 00:40:10,080
‎짧은 문장이나
‎단순한 일상적 행동 속에

798
00:40:10,160 --> 00:40:11,480
‎사랑을 숨겨두죠

799
00:40:11,560 --> 00:40:14,560
‎나의 사랑을
‎상대가 먼저 알아주길 바라며

800
00:40:14,640 --> 00:40:16,280
‎책임을 전가해요

801
00:40:17,400 --> 00:40:18,400
‎복잡하죠?

802
00:40:19,000 --> 00:40:22,120
‎그걸 트로이의 목마라고 해요
‎전쟁 전략이죠

803
00:40:23,800 --> 00:40:24,800
‎재밌는 질문이 있어요

804
00:40:24,880 --> 00:40:27,320
‎'난 나의 사랑을
‎어디에 숨겨둘까?'

805
00:40:27,400 --> 00:40:30,880
‎몇 달 전에 깨달았는데
‎전 짓궂은 농담에 숨겨두더군요

806
00:40:31,640 --> 00:40:34,240
‎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
‎망가뜨리고 싶어 해요

807
00:40:35,320 --> 00:40:37,760
‎건전한 성격은 아니죠
‎아까 말씀드렸던

808
00:40:37,840 --> 00:40:40,480
‎제 하우스메이트 베프 덕분에
‎알게 된 사실인데

809
00:40:40,560 --> 00:40:41,480
‎그분이 암에 걸렸거든요

810
00:40:42,080 --> 00:40:45,560
‎그 소식을 듣고 생각 없이
‎친구들과 깜짝 파티를 준비했어요

811
00:40:45,640 --> 00:40:47,680
‎축하해 주려고…

812
00:40:47,760 --> 00:40:49,680
‎생각이란 걸 했어야 하는데!

813
00:40:49,760 --> 00:40:52,400
‎'암 걸린 거 축하해, 친구!'

814
00:40:53,320 --> 00:40:57,360
‎집 소파 뒤에 숨어서
‎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

815
00:40:57,440 --> 00:40:59,360
‎문에 열쇠 꽂는 소리가
‎들리는 순간

816
00:40:59,960 --> 00:41:02,720
‎서로를 바라보며 생각했죠
‎'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'

817
00:41:03,240 --> 00:41:05,040
‎'암 깜짝 파티라니'

818
00:41:05,560 --> 00:41:06,840
‎정말 어이없지 않아요?

819
00:41:06,920 --> 00:41:08,600
‎인간에겐 그런 능력이 있죠

820
00:41:08,680 --> 00:41:12,000
‎처음부터 단단히 잘못된 생각을
‎전혀 눈치 못 채고 있다가

821
00:41:12,080 --> 00:41:13,640
‎일이 닥쳐서야 눈치채잖아요

822
00:41:14,280 --> 00:41:16,920
‎바로 직전에
‎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아요

823
00:41:17,000 --> 00:41:18,280
‎'아, 맞다'

824
00:41:18,360 --> 00:41:20,560
‎'여보, 우리가
‎지금 애를 가져도 될까?'

825
00:41:21,080 --> 00:41:22,080
‎옆에서 의사 선생님이

826
00:41:22,160 --> 00:41:24,600
‎'탯줄 안 자르고 뭐 하세요?'

827
00:41:25,120 --> 00:41:27,760
‎이런 식이에요
‎일이 터지고 나서 생각해요

828
00:41:27,840 --> 00:41:31,160
‎친구가 집에 들어왔는데도
‎우린 15초 동안 가만있었어요

829
00:41:31,880 --> 00:41:33,720
‎강도라고 해도 믿겠어요

830
00:41:34,480 --> 00:41:37,320
‎그러다가 용감한 친구 한 명이…

831
00:41:38,160 --> 00:41:39,320
‎'어떡하라고?'

832
00:41:41,520 --> 00:41:42,800
‎'헤이!'

833
00:41:42,880 --> 00:41:44,400
‎'아, 깜짝이야!'

834
00:41:45,160 --> 00:41:47,240
‎선물로 심장마비를 준비한 건가요?

835
00:41:47,320 --> 00:41:49,440
‎그렇게 가는 게 더 깔끔하긴 하죠

836
00:41:50,480 --> 00:41:52,960
‎지금은 나았으니까 안심하세요
‎완치됐어요

837
00:41:53,040 --> 00:41:54,360
‎농담 허락도 받았고요

838
00:41:54,440 --> 00:41:57,880
‎'공연에서 나랑 암에 대해서
‎맘껏 농담해도 괜찮아'

839
00:41:58,400 --> 00:42:00,400
‎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말입니다

840
00:42:01,600 --> 00:42:03,360
‎제일 먼저 승인해 준 농담이에요

841
00:42:03,960 --> 00:42:06,840
‎파티에서 친구가 좋아하는
‎푸스볼 게임을 했어요

842
00:42:06,920 --> 00:42:08,960
‎친구는 골키퍼였죠
‎암 환자였으니까요

843
00:42:09,480 --> 00:42:11,960
‎사랑하는 사람이
‎암에 걸렸다고 하면

844
00:42:12,040 --> 00:42:13,680
‎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

845
00:42:14,280 --> 00:42:16,040
‎제가 처음으로 들은 사람이었죠

846
00:42:16,120 --> 00:42:18,960
‎'나 암에 걸렸어'
‎'그럼 물 마셔'

847
00:42:19,920 --> 00:42:22,440
‎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
‎그런 말을 했어요

848
00:42:23,120 --> 00:42:24,680
‎친구가 골키퍼를 하는데

849
00:42:24,760 --> 00:42:26,120
‎너무 못하는 거예요

850
00:42:27,160 --> 00:42:28,400
‎공이 가까이 왔는데

851
00:42:28,920 --> 00:42:31,960
‎쉽게 막을 수 있는데도
‎실력이 워낙 형편없어서

852
00:42:32,040 --> 00:42:33,440
‎골을 먹혔어요

853
00:42:33,520 --> 00:42:36,520
‎다른 친구들은 화가 났지만
‎화낼 수는 없었죠

854
00:42:37,560 --> 00:42:38,880
‎암 환자니까요

855
00:42:39,560 --> 00:42:43,400
‎남자가 화를 참는 것만큼
‎재밌는 구경거리가 없어요

856
00:42:43,920 --> 00:42:46,560
‎다들 '아! 괜찮아!'

857
00:42:49,920 --> 00:42:52,440
‎'다음엔 더 집중하고
‎주변을 살피자, 알았지?'

858
00:42:54,920 --> 00:42:56,880
‎'괜찮아, 재밌으면 됐지!'

859
00:42:57,800 --> 00:43:00,880
‎'너도 재밌지? 난 재밌어
‎우리 다 재밌어, 오늘 너무 좋다'

860
00:43:00,960 --> 00:43:02,160
‎'인생은 한 번뿐이잖아?'

861
00:43:07,120 --> 00:43:08,040
‎너무 화가 났어요

862
00:43:08,720 --> 00:43:11,400
‎그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
‎못된 농담을 한다는 걸 깨달았죠

863
00:43:11,480 --> 00:43:14,800
‎친구에게 가서 말했어요
‎'저기, 암 걸렸다고 했지?'

864
00:43:15,880 --> 00:43:17,320
‎'그럼 공 가져와'

865
00:43:24,120 --> 00:43:26,480
‎이탈리아어로
‎'재밌는 농담'이라는 뜻이죠

866
00:43:29,320 --> 00:43:32,200
‎친구는 빵 터졌어요
‎항상 물 마시는 타이밍이 이상해요

867
00:43:32,720 --> 00:43:34,960
‎다른 코미디언들은
‎박수 칠 때 마시는데

868
00:43:35,040 --> 00:43:36,520
‎저는 의사 되면 안 되겠네요

869
00:43:37,640 --> 00:43:39,400
‎'환자분은…'

870
00:43:48,240 --> 00:43:49,280
‎'에이즈에 걸리셨어요'

871
00:43:50,440 --> 00:43:51,360
‎물 맛있네요

872
00:43:52,560 --> 00:43:53,680
‎친구가 빵 터졌어요

873
00:43:54,280 --> 00:43:56,720
‎제가 사랑을 어디에 숨기는지
‎알고 있는 거예요

874
00:43:56,800 --> 00:44:00,320
‎농담에서 온기를 느낀 거죠
‎'네 농담들 중 최고였어!'

875
00:44:00,400 --> 00:44:01,400
‎자존심 상했어요

876
00:44:02,040 --> 00:44:03,640
‎뻥이고, 기뻤어요

877
00:44:03,720 --> 00:44:05,480
‎'최고였지?'

878
00:44:05,560 --> 00:44:06,920
‎이렇게 말하고 친구들한테

879
00:44:07,000 --> 00:44:10,640
‎아직도 내가 왜 했는지
‎이해 안 되는 말을 했어요

880
00:44:10,720 --> 00:44:14,480
‎'이 멍청한 녀석한테
‎쩌는 드립 날리는 거 봤지?'

881
00:44:15,160 --> 00:44:16,360
‎왜 이러는 걸까요?

882
00:44:17,360 --> 00:44:20,320
‎시골 동네 출신처럼
‎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

883
00:44:21,160 --> 00:44:23,600
‎'더 보이스'를 보는 줄 알았어요

884
00:44:23,680 --> 00:44:25,560
‎이렇게 뒤돌아 앉더라고요

885
00:44:27,040 --> 00:44:28,880
‎다들 불편했나 봐요

886
00:44:29,840 --> 00:44:33,000
‎사실 저도 불편했어요
‎왜냐면 그 농담은

887
00:44:34,120 --> 00:44:38,160
‎친구를 웃기기 위한 농담이 아니라
‎날 위한 농담이었거든요

888
00:44:38,680 --> 00:44:39,760
‎내가 속상해서요

889
00:44:40,520 --> 00:44:41,760
‎친구가 아프니까요

890
00:44:42,560 --> 00:44:46,040
‎전 울고 싶은 일이 생기면
‎남들을 놀리는 농담을 해요

891
00:44:46,120 --> 00:44:48,120
‎난처한 모습을 보면
‎기분이 좋아지죠

892
00:44:49,320 --> 00:44:51,560
‎그래서 정신 상담을
‎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

893
00:44:52,440 --> 00:44:53,520
‎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

894
00:44:54,480 --> 00:44:56,840
‎그날 일을 말해줬더니 선생님이…

895
00:45:00,960 --> 00:45:01,800
‎'사실은 말이죠'

896
00:45:03,160 --> 00:45:04,640
‎'사람은 내가 무방비라고 느끼면'

897
00:45:05,680 --> 00:45:07,720
‎'남들에게
‎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요'

898
00:45:07,800 --> 00:45:10,360
‎'그들에게 거절당할까 봐
‎두려워서'

899
00:45:11,160 --> 00:45:13,920
‎'오히려 남들을
‎무방비하게 만들려고 하죠'

900
00:45:15,440 --> 00:45:16,920
‎'나쁜 새끼네요?'
‎'아뇨'

901
00:45:18,080 --> 00:45:19,120
‎'그렇지 않아요'

902
00:45:20,000 --> 00:45:21,840
‎'그건 의학적 용어가 아니고요'

903
00:45:22,960 --> 00:45:24,800
‎'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…'

904
00:45:24,880 --> 00:45:27,920
‎'재수 없는 놈?'
‎'맞아요!'

905
00:45:30,680 --> 00:45:32,440
‎'상담료는 72유로입니다'

906
00:45:33,520 --> 00:45:36,520
‎정말 황당하신 분이에요
‎충격받았어요

907
00:45:37,240 --> 00:45:40,360
‎조심스럽게 말하는 듯하지만
‎내용은 그렇지 않아요

908
00:45:40,960 --> 00:45:43,640
‎제 하우스메이트가
‎중년의 위기를 겪는다고 해서

909
00:45:43,720 --> 00:45:45,280
‎그분과 얘기해 보라고 했고

910
00:45:45,360 --> 00:45:47,240
‎여러 번 상담을 다녀왔어요

911
00:45:47,320 --> 00:45:49,960
‎그런데 선생님이 해주신
‎황당한 얘기를 듣고

912
00:45:50,040 --> 00:45:51,200
‎둘 다 충격을 받았죠

913
00:45:51,960 --> 00:45:52,880
‎이렇게 얘기했대요

914
00:45:52,960 --> 00:45:55,760
‎'오늘은 첫 상담 시간인데요'

915
00:45:56,520 --> 00:45:58,480
‎'진단 결과가 나왔어요'

916
00:45:59,200 --> 00:46:00,120
‎'당신은'

917
00:46:01,280 --> 00:46:02,960
‎'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'

918
00:46:03,640 --> 00:46:04,600
‎친구 왈 '네'

919
00:46:06,400 --> 00:46:08,760
‎'그것 때문에 온 건데요, 왜냐면…'

920
00:46:09,600 --> 00:46:10,720
‎'단서가 있잖아요'

921
00:46:11,400 --> 00:46:12,440
‎'마흔 살이고'

922
00:46:13,480 --> 00:46:15,200
‎'위기를 겪고 있고'

923
00:46:15,720 --> 00:46:18,400
‎'그 두 개를 조합하면
‎답이 나오지 않나요?'

924
00:46:18,480 --> 00:46:19,960
‎'72유로는 제가 가질게요'

925
00:46:20,480 --> 00:46:21,520
‎선생님 왈 '안 돼요'

926
00:46:24,080 --> 00:46:25,560
‎'그 돈은 제 거예요'

927
00:46:28,440 --> 00:46:30,880
‎'중년의 위기는
‎아무것도 아니에요'

928
00:46:33,760 --> 00:46:37,560
‎'사람이 태어날 때
‎등에 딱지가 있다고 가정하죠'

929
00:46:38,800 --> 00:46:39,720
‎'달팽이처럼요'

930
00:46:40,840 --> 00:46:41,680
‎'잘 따라오세요'

931
00:46:42,640 --> 00:46:43,880
‎'우린 인생을 살아가요'

932
00:46:45,640 --> 00:46:47,760
‎'자아를 형성할 경험을 마주하면'

933
00:46:49,800 --> 00:46:50,800
‎'딱지 안에 쏙!'

934
00:46:51,800 --> 00:46:54,160
‎'신경도 안 써요
‎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요'

935
00:46:54,680 --> 00:46:56,320
‎'그리고 성급히 인생에 뛰어들죠'

936
00:46:56,840 --> 00:46:59,520
‎'15살, 18살, 22살, 26살, 30살'

937
00:47:00,280 --> 00:47:01,840
‎'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줄 알겠죠'

938
00:47:02,360 --> 00:47:03,920
‎'하지만 난 알아요, 내 일이니까'

939
00:47:04,640 --> 00:47:06,520
‎'똑똑, 딱지 안이 비었네요?'

940
00:47:11,120 --> 00:47:12,040
‎'계속 살아가요'

941
00:47:13,240 --> 00:47:14,960
‎'33살, 36살, 40살'

942
00:47:15,040 --> 00:47:16,400
‎'마흔 살이 되면 멈추고'

943
00:47:16,480 --> 00:47:17,440
‎'뒤를 돌아봐요'

944
00:47:17,520 --> 00:47:20,280
‎'뭘 쌓아놨는지 알고 싶어요
‎그래서 딱지를 꺼내면…'

945
00:47:24,440 --> 00:47:26,440
‎'딱지엔 아무것도 없어요'

946
00:47:27,200 --> 00:47:28,880
‎'딱지…'

947
00:47:31,440 --> 00:47:33,880
‎'뭔가를 잃어버렸을 때
‎우린 어떻게 하죠?'

948
00:47:33,960 --> 00:47:35,480
‎'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?'

949
00:47:38,440 --> 00:47:39,760
‎'여보세요, 딱지 경찰이죠?'

950
00:47:40,840 --> 00:47:44,080
‎'웃기지만 사실이에요
‎이게 중년의 위기예요'

951
00:47:44,160 --> 00:47:45,360
‎'긴급 상황이죠'

952
00:47:46,440 --> 00:47:47,760
‎'하지만 딱지는 없어요'

953
00:47:49,440 --> 00:47:50,880
‎'너무 늦었으니까요'

954
00:47:54,200 --> 00:47:55,480
‎'당신은 이제 민달팽이예요'

955
00:48:02,360 --> 00:48:04,680
‎친구는 혼돈에 빠졌어요

956
00:48:04,760 --> 00:48:06,360
‎휘청이며 집에 돌아왔고

957
00:48:06,440 --> 00:48:08,240
‎전 행복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죠

958
00:48:08,320 --> 00:48:10,640
‎친구는 저한테 달려들더니
‎'넌 살아야 돼!'

959
00:48:11,440 --> 00:48:14,160
‎'나도 살고 싶어, 목 조르지 마'

960
00:48:14,240 --> 00:48:17,240
‎'넌 수집하는 법을 배워야 돼'

961
00:48:18,480 --> 00:48:20,920
‎'안 그러면 딱지에 똑똑!'
‎'알겠어'

962
00:48:21,720 --> 00:48:24,720
‎'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봐
‎무슨 말인지 모르겠어'

963
00:48:24,800 --> 00:48:26,120
‎'여보세요, 딱지 경찰?'

964
00:48:26,200 --> 00:48:27,360
‎'알겠어, 우와'

965
00:48:28,000 --> 00:48:31,200
‎'그래도 모르겠네
‎지금 진심 무섭거든?'

966
00:48:32,520 --> 00:48:36,200
‎재밌게도 그 얘기를 듣고 나서
‎기분이 나아졌어요

967
00:48:37,160 --> 00:48:39,480
‎20대를 보내면서
‎이런 고민을 했었거든요

968
00:48:40,160 --> 00:48:41,400
‎'언제부터일까?'

969
00:48:42,400 --> 00:48:43,600
‎생각해 본 적 있어요?

970
00:48:43,680 --> 00:48:46,000
‎'언제부터 공식적으로
‎나다운 내가 되지?'

971
00:48:46,520 --> 00:48:48,040
‎난 내가 항상 겉돈다고 생각했어요

972
00:48:48,120 --> 00:48:51,400
‎남들은 쉽게 이해하는 걸
‎못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졌죠

973
00:48:52,240 --> 00:48:53,200
‎그래서 혼란스러웠고요

974
00:48:53,280 --> 00:48:55,800
‎그런데 마흔 먹은 하우스메이트도
‎똑같은 고민을 하고

975
00:48:56,320 --> 00:48:59,480
‎일흔인 아빠도 그러는 걸 보고
‎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

976
00:49:00,000 --> 00:49:02,280
‎우린 평생을
‎'거의' 완성된 나로 살 거예요

977
00:49:02,920 --> 00:49:05,560
‎그래도 괜찮아요
‎산다는 게 중요하니까요

978
00:49:06,160 --> 00:49:08,680
‎인생 자체가 연습인 걸 알고
‎마음이 진정됐어요

979
00:49:09,920 --> 00:49:11,800
‎여러분은 표정이 안 좋아졌네요

980
00:49:12,320 --> 00:49:15,320
‎내가 진정 나다웠을 때는
‎어렸을 때예요

981
00:49:15,400 --> 00:49:17,080
‎어른은 뭐가 잘못된 걸까요?

982
00:49:18,560 --> 00:49:20,440
‎모르겠어요
‎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?

983
00:49:20,520 --> 00:49:23,160
‎어른이 되긴 하는 걸까요?
‎정답은 없지만 아니라고 봐요

984
00:49:23,680 --> 00:49:25,040
‎제 생각에 어른이라는 건

985
00:49:25,560 --> 00:49:28,240
‎어린 나를 지키기 위해
‎그 겉에 만들어지는 거라서

986
00:49:28,760 --> 00:49:31,840
‎안에 있는 아이를 질식시켜요
‎우리 안에 죽은 애가 있는 거죠

987
00:49:33,000 --> 00:49:35,040
‎제가 생각하는 인생은
‎그렇다는 거예요

988
00:49:35,720 --> 00:49:36,960
‎죽은 애는 아니라고 치죠

989
00:49:37,040 --> 00:49:38,600
‎안에 괴로워하는 애가 있어요

990
00:49:39,120 --> 00:49:41,960
‎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
‎내가 예순이 된다 해도

991
00:49:42,040 --> 00:49:44,840
‎길을 걷다가 건널목 앞에서
‎이런 생각이 튀어나오는 거죠

992
00:49:46,040 --> 00:49:47,760
‎'하얀 선만 밟을래'

993
00:49:48,280 --> 00:49:50,480
‎안에 있던 아이가 이러겠죠
‎'난 아직 살아있다!'

994
00:49:51,320 --> 00:49:52,520
‎'넌 왜 대머리가 됐어?'

995
00:49:54,720 --> 00:49:55,960
‎저도 그렇게 될 거예요

996
00:49:57,240 --> 00:49:58,600
‎어렸을 땐 정말 나다웠어요

997
00:49:59,120 --> 00:50:00,760
‎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죠

998
00:50:00,840 --> 00:50:01,960
‎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

999
00:50:02,040 --> 00:50:04,280
‎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
‎'안녕하세요, 반가워요!'

1000
00:50:04,800 --> 00:50:07,160
‎독일인은 아니고
‎그냥 목소리가 이상한 거예요

1001
00:50:07,240 --> 00:50:09,960
‎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겠죠
‎'독일 애인가 보네, 안녕!'

1002
00:50:11,080 --> 00:50:13,440
‎어릴 땐 너무 나다웠어요

1003
00:50:14,800 --> 00:50:15,880
‎그런 아이들 있잖아요

1004
00:50:16,920 --> 00:50:19,360
‎머리는 어른만큼 커서
‎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죠

1005
00:50:19,440 --> 00:50:20,960
‎나한테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요

1006
00:50:22,440 --> 00:50:24,520
‎제가 외식을 가면 그랬어요

1007
00:50:25,040 --> 00:50:27,160
‎태어나서 처음 보는 어른인데도

1008
00:50:27,240 --> 00:50:28,200
‎그 사람을 쳐다보고

1009
00:50:29,360 --> 00:50:32,680
‎다가가서 옷을 잡아당기며 말하죠
‎'나 엉덩이가 아파'

1010
00:50:34,440 --> 00:50:36,080
‎'방금 뭐라고…'

1011
00:50:37,640 --> 00:50:42,040
‎'나한테 얘기한 거 맞니?
‎우리 처음 얘기하는 것 같은데'

1012
00:50:42,120 --> 00:50:43,800
‎'엄마가 무사카는 먹지 말래'

1013
00:50:44,920 --> 00:50:47,080
‎'그런데 두 개나 먹었어'
‎'그렇구나!'

1014
00:50:49,840 --> 00:50:51,320
‎'알겠어, 잠깐만'

1015
00:50:51,400 --> 00:50:54,840
‎'마르크, 얘 말 들었어?
‎이거 어떡하지…'

1016
00:50:56,080 --> 00:50:58,200
‎'너 이름이 뭐니?'
‎'파나요티스!'

1017
00:50:58,280 --> 00:50:59,840
‎'알았다, 이제 그만'

1018
00:50:59,920 --> 00:51:01,280
‎'이 SS 친위대원이 나를 저주했어'

1019
00:51:01,360 --> 00:51:04,440
‎'너무 기괴하고 무섭거든?
‎당장 여기서 나가자'

1020
00:51:07,640 --> 00:51:10,760
‎어릴 땐 아무렇지 않은데
‎중학교에 가면 힘들어져요

1021
00:51:10,840 --> 00:51:12,320
‎작은 어른들의 사회거든요

1022
00:51:13,400 --> 00:51:14,960
‎아코디언을 연주하면
‎특히 더 힘들죠

1023
00:51:15,640 --> 00:51:18,560
‎중학생 땐 다른 애들의
‎호감을 얻으려고 했어요

1024
00:51:18,640 --> 00:51:20,600
‎특히 나이 많은 애들의
‎호감을 얻으려고

1025
00:51:21,520 --> 00:51:25,120
‎용돈으로 초콜릿을 사서
‎방과 후에 나눠줬어요

1026
00:51:25,840 --> 00:51:28,960
‎어떤 감정을 느낄지 고민이시라면
‎연민을 느끼시면 돼요

1027
00:51:29,480 --> 00:51:32,400
‎하루 종일 주머니에
‎녹은 초콜릿을 넣고 다니다가

1028
00:51:32,480 --> 00:51:34,200
‎저녁이 되면 문에서 기다렸어요

1029
00:51:34,280 --> 00:51:37,280
‎학생들이 나오면 외쳤죠
‎'초코초코 작전 개시!'

1030
00:51:38,640 --> 00:51:40,440
‎생각으로 말고 진짜 외쳤다고요

1031
00:51:41,240 --> 00:51:44,560
‎70년대 사복 경찰처럼
‎약간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면서

1032
00:51:44,640 --> 00:51:46,160
‎'초코초코 작전 개시!'

1033
00:51:47,240 --> 00:51:51,200
‎애들한테 한심하게 다가가서
‎'초콜릿 먹을래?'

1034
00:51:52,200 --> 00:51:55,080
‎소아성애자의 반대라고
‎볼 수도 있겠네요

1035
00:51:55,160 --> 00:51:56,960
‎나이 많은 애들만 골라서
‎'초콜릿 줄까?'

1036
00:51:57,040 --> 00:52:00,000
‎'따라와, 차 안에 많이 있어'

1037
00:52:00,880 --> 00:52:02,920
‎'따라와!'

1038
00:52:07,680 --> 00:52:08,520
‎효과는 있었어요

1039
00:52:09,320 --> 00:52:11,360
‎걔들이랑 같이 놀면서
‎뭐라도 된 것만 같았죠

1040
00:52:11,880 --> 00:52:16,200
‎매일 아침 초콜릿 상자에서
‎한두 개씩 꺼내 학교에 갔는데

1041
00:52:16,280 --> 00:52:19,120
‎하루는 상자를 열었더니
‎아무것도 없는 거예요

1042
00:52:19,960 --> 00:52:22,320
‎살면서 그런 식으로
‎당황해 본 적은 많지 않아요

1043
00:52:22,840 --> 00:52:24,240
‎슬프면서도 웃기기도 하죠

1044
00:52:24,320 --> 00:52:27,560
‎사방을 뛰어다니면서 소리쳤어요
‎'내 초콜릿 본 사람?'

1045
00:52:28,080 --> 00:52:30,720
‎좀 웃기잖아요
‎반은 웃기고, 반은 슬프고

1046
00:52:30,800 --> 00:52:31,640
‎웃프죠

1047
00:52:33,360 --> 00:52:35,480
‎누나한테 가서
‎누나가 먹었냐고 물어봤더니

1048
00:52:35,560 --> 00:52:36,400
‎누나는…

1049
00:52:37,280 --> 00:52:38,120
‎'아닌데'

1050
00:52:39,200 --> 00:52:42,760
‎누나가 먹었다는 걸 알고는
‎엉엉 울기 시작했어요

1051
00:52:43,280 --> 00:52:45,680
‎그러자 누나가 지금도 회자되는
‎명대사를 말했죠

1052
00:52:45,760 --> 00:52:47,880
‎'그거 좀 먹으면 안 되냐?
‎쪼꼬맹아!'

1053
00:52:49,720 --> 00:52:51,360
‎그게 제 별명이었나 봐요

1054
00:52:51,960 --> 00:52:54,640
‎전 칼을 들고 외쳤어요
‎'죽여버릴 거야!'

1055
00:52:55,640 --> 00:52:57,200
‎그러자 아빠가 달려와서

1056
00:52:57,280 --> 00:52:58,600
‎칼을 빼앗았죠

1057
00:52:59,200 --> 00:53:00,400
‎충고 하나 할게요

1058
00:53:00,920 --> 00:53:05,040
‎누구를 죽이고 싶다면
‎예고하지 말고 그냥 찌르세요

1059
00:53:05,560 --> 00:53:07,760
‎예고하면 동네 경찰이 달려와요

1060
00:53:08,360 --> 00:53:09,840
‎칼을 빼앗고 '너!'

1061
00:53:11,720 --> 00:53:12,720
‎그리고 멈추셨어요

1062
00:53:13,600 --> 00:53:16,800
‎아빠는 인생 교훈을 할 때
‎이렇게 행동하시죠

1063
00:53:17,640 --> 00:53:19,800
‎교육에 관여를 잘 안 하시지만

1064
00:53:19,880 --> 00:53:22,040
‎2년마다 보여주기식 잔소리를 해요

1065
00:53:22,840 --> 00:53:24,800
‎그래야 아빠로
‎재당선될 수 있거든요

1066
00:53:25,560 --> 00:53:29,400
‎쐐기풀 약발이 거의 다 떨어져서
‎큰 사건이 필요했어요

1067
00:53:30,600 --> 00:53:32,080
‎칼을 빼앗고 '너!'

1068
00:53:32,880 --> 00:53:35,160
‎'너 똑똑히… 아빠가 이제…'

1069
00:53:35,240 --> 00:53:37,160
‎딱하게도 준비한 대사가 없었어요

1070
00:53:39,040 --> 00:53:40,120
‎그래서 칼을 빼앗고

1071
00:53:40,640 --> 00:53:43,600
‎누나한테 주더니 말했어요
‎'네가 동생을 찔러!'

1072
00:53:44,200 --> 00:53:45,120
‎이건 농담이에요

1073
00:53:46,080 --> 00:53:49,000
‎빼앗은 칼을
‎무릎에 대고 부러뜨리셨어요

1074
00:53:49,080 --> 00:53:51,560
‎대단한 아빠라고 생각하셨죠?
‎아니에요

1075
00:53:51,640 --> 00:53:54,360
‎손이랑 무릎을 다치셨거든요

1076
00:53:54,440 --> 00:53:56,440
‎'이거 봐라
‎칼로 장난치면 안 돼!'

1077
00:53:59,640 --> 00:54:00,480
‎'당연하죠'

1078
00:54:02,080 --> 00:54:05,240
‎'방금 아빠가
‎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세요?'

1079
00:54:06,120 --> 00:54:09,800
‎'아빠가 하는 얘기는
‎아빠 귀로 안 들리나 봐요?'

1080
00:54:10,960 --> 00:54:12,280
‎아빠는 현실을 부정했어요

1081
00:54:12,360 --> 00:54:15,440
‎남자는 자식들 앞에서
‎바보처럼 다치면 안 되니까요

1082
00:54:15,520 --> 00:54:16,960
‎'피가 나는데 괜찮으세요?'

1083
00:54:17,040 --> 00:54:17,920
‎아빠 왈

1084
00:54:19,240 --> 00:54:20,560
‎'왜 그렇게 생각하지?'

1085
00:54:21,200 --> 00:54:22,480
‎또 그 말을 했어요

1086
00:54:22,560 --> 00:54:25,440
‎난처할 때마다 하는 말이요
‎'왜 그렇게 생각하지?'

1087
00:54:26,320 --> 00:54:29,200
‎그런데 상처에서 소리가 나서
‎더는 부인할 수 없겠더라고요

1088
00:54:30,360 --> 00:54:33,240
‎이런 소리요, '똑, 똑'

1089
00:54:34,080 --> 00:54:34,920
‎그러자 아빠가…

1090
00:54:41,040 --> 00:54:42,600
‎'가서 엄마 데려와라'

1091
00:54:43,320 --> 00:54:44,680
‎정말 어이가 없었죠

1092
00:54:44,760 --> 00:54:47,720
‎전 서둘러 달려갔어요
‎'엄마, 와봐요, 아빠가 다쳤어요!'

1093
00:54:47,800 --> 00:54:49,880
‎'아빠는 어른이라 괜찮아!'

1094
00:54:50,520 --> 00:54:51,400
‎'아닌데요'

1095
00:54:52,680 --> 00:54:55,280
‎'지금 바닥에서 죽어가고 계세요
‎도와주세요'

1096
00:54:57,720 --> 00:54:58,560
‎황당하죠?

1097
00:54:58,640 --> 00:55:01,400
‎그날부터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
‎농담을 하기 시작했어요

1098
00:55:01,480 --> 00:55:04,720
‎초콜릿을 주는 것보다
‎간단했고, 안전했으니까요

1099
00:55:05,920 --> 00:55:09,040
‎해가 갈수록 아빠가 원하던
‎나의 모습을 완성해 갔어요

1100
00:55:09,120 --> 00:55:09,960
‎자존감 있고

1101
00:55:10,600 --> 00:55:12,920
‎자신감 넘치고, 재밌고
‎여자도 잘 꼬시고

1102
00:55:14,240 --> 00:55:16,840
‎약한 모습 안 보이고
‎그래서 도움 된 적도 많지만

1103
00:55:17,360 --> 00:55:20,880
‎좋아하는 여자와 키스할 땐
‎도움이 안 됐어요

1104
00:55:21,840 --> 00:55:25,280
‎자신감 넘치는 버전의 나는
‎물컵을 들고 화장실에 숨어 있죠

1105
00:55:26,720 --> 00:55:28,920
‎거기서 무방비한 상태로
‎홀로 땀 흘리고 있어요

1106
00:55:30,400 --> 00:55:33,480
‎아까 얘기한 여자하고는
‎영화처럼 사랑에 빠졌어요

1107
00:55:34,520 --> 00:55:37,760
‎그녀가 한 문장을 말하는 순간
‎난 사랑에 빠졌죠

1108
00:55:37,840 --> 00:55:41,200
‎내 몸 안에 물이 있는 것처럼
‎당연한 사실이었어요

1109
00:55:41,920 --> 00:55:43,840
‎그 문장을 이해하시기 전에

1110
00:55:44,360 --> 00:55:47,040
‎제 성장기에 대해
‎한 가지 더 알려드려야 해요

1111
00:55:47,760 --> 00:55:49,360
‎전 어릴 때 젖꼭지를 만졌어요

1112
00:55:51,160 --> 00:55:54,000
‎이렇게 히죽히죽 웃으시면
‎얘기 못 합니다

1113
00:55:54,520 --> 00:55:56,520
‎이제 막 편해져서
‎마음 열려고 하는데

1114
00:55:56,600 --> 00:55:58,720
‎그렇게 비웃으면 너무하잖아요

1115
00:55:58,800 --> 00:56:01,680
‎나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
‎다 보여요!

1116
00:56:01,760 --> 00:56:04,680
‎'이상한 놈인 줄은 알았지만
‎저건 차원이 다른데?'

1117
00:56:04,760 --> 00:56:07,920
‎그러지 마요
‎애들은 누구나 그런 습관이 있어요

1118
00:56:09,760 --> 00:56:11,640
‎없나요? 왜 조용하죠?

1119
00:56:11,720 --> 00:56:13,840
‎형을 병원에 데리고 간 게
‎몇 번인 줄 아세요?

1120
00:56:13,920 --> 00:56:17,320
‎형의 버릇은 이거였거든요
‎'집에 갈 때까지 숨 안 쉴래!'

1121
00:56:18,960 --> 00:56:21,920
‎그리고 20m 뛰어가다가
‎루저처럼 바닥에 쓰러졌어요

1122
00:56:23,000 --> 00:56:25,600
‎제 버릇은 속상할 때
‎찌찌를 주무르는 거였어요

1123
00:56:25,680 --> 00:56:28,120
‎찌찌든, 젖가슴이든
‎명칭은 많잖아요

1124
00:56:28,200 --> 00:56:29,920
‎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니까!

1125
00:56:31,240 --> 00:56:33,920
‎부모님한테 혼나면 방에 들어가서…

1126
00:56:35,080 --> 00:56:36,040
‎그게 제 버릇이었어요

1127
00:56:36,640 --> 00:56:38,080
‎감옥에 잡아넣으시든가!

1128
00:56:38,160 --> 00:56:39,320
‎안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봐

1129
00:56:39,400 --> 00:56:41,840
‎나를 나니아로 데려다주는
‎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고요

1130
00:56:41,920 --> 00:56:43,360
‎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

1131
00:56:44,200 --> 00:56:46,600
‎더 중요한 건 그때의 내가

1132
00:56:46,680 --> 00:56:49,560
‎젖꼭지를 문지르면
‎투명해진다고 믿었다는 거예요

1133
00:56:51,920 --> 00:56:54,200
‎그래서 다른 사람들과
‎대화를 시도했어요

1134
00:56:54,280 --> 00:56:55,400
‎그 사실을 퍼뜨리려고요

1135
00:56:56,640 --> 00:56:58,000
‎나이 많은 친구들에게 가서

1136
00:56:58,080 --> 00:56:59,800
‎'젖꼭지를 만지면 투명해지는 거…'

1137
00:56:59,880 --> 00:57:01,440
‎'우리 절교하자'

1138
00:57:03,680 --> 00:57:04,920
‎가차 없이 잘렸어요

1139
00:57:06,200 --> 00:57:09,920
‎저녁 먹으러 온
‎부모님 친구들에게도 시도했어요

1140
00:57:11,000 --> 00:57:11,840
‎딱한 분들이죠

1141
00:57:12,480 --> 00:57:15,200
‎소파 한쪽에 이렇게 앉아서
‎기다리고 있었어요

1142
00:57:18,400 --> 00:57:19,680
‎털 없는 고양이처럼요

1143
00:57:21,360 --> 00:57:23,320
‎손님들이 부모님과 코트를 걸고

1144
00:57:23,400 --> 00:57:25,120
‎방으로 올라갈 때를 기다렸다가

1145
00:57:25,200 --> 00:57:26,120
‎공격했죠

1146
00:57:26,840 --> 00:57:27,920
‎'저기요, 실비'

1147
00:57:28,000 --> 00:57:29,680
‎'찌찌를 주무르면 어떻게 되는지…'

1148
00:57:31,280 --> 00:57:32,840
‎저를 어찌나 무서워하던지

1149
00:57:33,400 --> 00:57:34,520
‎공황에 빠졌어요

1150
00:57:35,040 --> 00:57:37,960
‎'캐시 인베스티게이션'의
‎엘리즈 루세 같았을 거예요

1151
00:57:38,560 --> 00:57:40,360
‎저를 보면 도망치죠, '아뇨'

1152
00:57:40,440 --> 00:57:43,560
‎'우리 회사에
‎불법 체류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'

1153
00:57:43,640 --> 00:57:46,320
‎'저 따라오시는 거예요?
‎불법 아닌가요?'

1154
00:57:47,120 --> 00:57:48,320
‎벌벌 떨었어요

1155
00:57:49,560 --> 00:57:54,240
‎하루는 엄마가 제 방에 들어와서
‎이렇게 말씀하셨어요

1156
00:57:56,560 --> 00:57:57,520
‎'파나유, 괜찮니?'

1157
00:57:58,680 --> 00:57:59,520
‎'응?'

1158
00:58:01,800 --> 00:58:02,640
‎'좋아요'

1159
00:58:04,680 --> 00:58:06,840
‎'오늘 마르크랑 베로니크가
‎놀러 올 거야'

1160
00:58:11,920 --> 00:58:14,040
‎'괜찮지? 응?'

1161
00:58:16,400 --> 00:58:17,240
‎'좋아요'

1162
00:58:19,400 --> 00:58:21,680
‎'오늘은 얘기 안 하면 안 되겠니?'

1163
00:58:22,360 --> 00:58:24,280
‎'네 작은 비밀에 대해?'

1164
00:58:24,360 --> 00:58:25,840
‎집에서 금기가 돼버렸어요

1165
00:58:27,960 --> 00:58:30,920
‎'정 그 얘기를 하고 싶다면
‎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자'

1166
00:58:31,440 --> 00:58:33,000
‎'정신과 의사가 뭔데요?'

1167
00:58:33,960 --> 00:58:36,200
‎'정신과 의사는 돈을 받고'

1168
00:58:37,720 --> 00:58:40,480
‎'널 남들과 똑같이 인정해 주고
‎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야'

1169
00:58:41,240 --> 00:58:44,480
‎정신과 의사의 정의 중
‎가장 아름다운 정의였어요

1170
00:58:45,080 --> 00:58:47,720
‎그분들 앞에서는 이럴 수 있죠
‎'제 이름은 필리프고요'

1171
00:58:48,720 --> 00:58:51,720
‎'상사가 싸가지가 없어도
‎난 프로답게 내색하지 않아요'

1172
00:58:51,800 --> 00:58:54,640
‎'너무 심하면 비흡연자인데도
‎담배 타임을 가지죠'

1173
00:58:56,200 --> 00:58:59,800
‎'대신 퇴근하고 왼쪽으로 가면
‎꽃집이 하나 있는데'

1174
00:58:59,880 --> 00:59:03,000
‎'거기에서 햄스터를 사서
‎겨드랑이에 끼워 죽여요'

1175
00:59:04,880 --> 00:59:05,960
‎'그게 제 문제예요'

1176
00:59:06,760 --> 00:59:09,600
‎정신과 의사에겐 얘기할 수 있어요
‎정말 다행이죠

1177
00:59:10,160 --> 00:59:11,880
‎그걸 베프한테 얘기하면

1178
00:59:11,960 --> 00:59:13,560
‎'필리프, 너 괜찮냐?'

1179
00:59:16,960 --> 00:59:19,840
‎'꽃집에서 햄스터를
‎파는 줄은 몰랐네'

1180
00:59:20,440 --> 00:59:22,600
‎인생에는 이해할 수 없는
‎질문들이 참 많죠

1181
00:59:22,680 --> 00:59:24,600
‎하지만 정신과 의사는
‎오히려 흥분해요

1182
00:59:25,200 --> 00:59:27,440
‎이런 식이죠, '도전!'

1183
00:59:28,520 --> 00:59:30,720
‎'그래서 햄스터는
‎무슨 색깔이었죠?'

1184
00:59:32,120 --> 00:59:34,560
‎'잠재의식에서 설치류는
‎종종 그리스도를 상징한답니다'

1185
00:59:34,640 --> 00:59:36,320
‎'어디 한번 얘기해 볼까요?'

1186
00:59:37,600 --> 00:59:38,560
‎그게 일이니까요

1187
00:59:39,960 --> 00:59:43,360
‎선생님 앞에 앉았지만
‎전 이미 비웃음에 익숙했어요

1188
00:59:44,760 --> 00:59:46,720
‎그래서 털어놓지 않기로 결심했죠

1189
00:59:49,400 --> 00:59:52,520
‎'하루 종일 뭐 하세요?'
‎'제 젖꼭지를 종종…'

1190
00:59:54,520 --> 00:59:55,680
‎'실력 좋네!'

1191
00:59:57,480 --> 00:59:58,480
‎'방금 건 무시해 주세요'

1192
01:00:00,280 --> 01:00:03,080
‎어린이가 그런 말을 하면
‎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

1193
01:00:03,880 --> 01:00:07,840
‎어휘 사용이 너무 정확하잖아요
‎'전부 말씀드릴게요, 선생님'

1194
01:00:09,600 --> 01:00:10,920
‎007에 나오는 악당 같지 않아요?

1195
01:00:11,000 --> 01:00:12,680
‎'가감 없이 알려주지'

1196
01:00:13,640 --> 01:00:15,480
‎'이 몸은 때때로…'

1197
01:00:16,480 --> 01:00:17,320
‎'경박해'

1198
01:00:18,720 --> 01:00:20,560
‎'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거나'

1199
01:00:21,240 --> 01:00:22,080
‎'혹은'

1200
01:00:23,200 --> 01:00:24,920
‎'현관 앞에 서서'

1201
01:00:26,000 --> 01:00:27,200
‎'내 젖꼭지를'

1202
01:00:30,400 --> 01:00:33,000
‎'몹시 격렬하게'

1203
01:00:33,080 --> 01:00:34,560
‎'문지르곤 하지'

1204
01:00:36,000 --> 01:00:37,320
‎'그 순간 내 영혼이'

1205
01:00:38,480 --> 01:00:39,720
‎'초월함을 느껴'

1206
01:00:41,040 --> 01:00:43,080
‎'그 느낌이 나쁘지 않아
‎의사 선생'

1207
01:00:45,360 --> 01:00:47,400
‎물론 그보다 덜 무섭게 얘기했어요

1208
01:00:47,480 --> 01:00:49,400
‎정말이에요, 덜 무섭게요

1209
01:00:50,720 --> 01:00:51,640
‎그런데 내 말을 듣고

1210
01:00:53,200 --> 01:00:55,400
‎선생님은 이렇게 반응했어요

1211
01:00:56,080 --> 01:00:56,920
‎'뭣이라?'

1212
01:00:58,120 --> 01:00:59,200
‎그리고 웃었죠!

1213
01:01:00,360 --> 01:01:03,800
‎그 뒤로 다시는 그 얘기를
‎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

1214
01:01:04,320 --> 01:01:05,760
‎절대로!

1215
01:01:05,840 --> 01:01:08,520
‎독일이 부활하지 않는 이상
‎절대로…

1216
01:01:08,600 --> 01:01:09,520
‎농담이에요

1217
01:01:10,520 --> 01:01:13,680
‎하지만 너무 창피했어요
‎너무 창피해서

1218
01:01:14,480 --> 01:01:17,640
‎그 일을 마음속에 묻어두고
‎수년간 꺼내지 않았어요

1219
01:01:19,040 --> 01:01:21,240
‎그리고 그 여자애와
‎첫 데이트를 했어요

1220
01:01:22,440 --> 01:01:25,080
‎얼마 안 된 일이에요, 그게…

1221
01:01:25,160 --> 01:01:26,400
‎시라크 대통령 때였죠

1222
01:01:26,480 --> 01:01:29,440
‎조금 지난 일이긴 하네요

1223
01:01:30,520 --> 01:01:32,760
‎얼마 전 일인데
‎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

1224
01:01:32,840 --> 01:01:35,360
‎첫 데이트 때 환심을 사려고
‎농담을 자꾸 던졌는데

1225
01:01:36,240 --> 01:01:38,480
‎저를 멈추더니 이러더군요
‎'저기'

1226
01:01:39,560 --> 01:01:42,640
‎'자꾸 농담만 하고
‎진지한 대화는 안 하네'

1227
01:01:42,720 --> 01:01:46,080
‎'각자 인생에 대해 얘기하면서
‎서로를 알아가 보자'

1228
01:01:46,640 --> 01:01:49,080
‎'어릴 적 재밌는 이야기
‎같은 거 없어?'

1229
01:01:52,240 --> 01:01:53,840
‎'하나 있긴 한데'

1230
01:01:54,520 --> 01:01:56,520
‎'먼저 얘기해 봐, 들어보게'

1231
01:01:57,120 --> 01:01:59,280
‎어떤 이야기를
‎기준으로 삼을지 알고 싶었죠

1232
01:01:59,800 --> 01:02:02,640
‎깜찍한 얘기를 할 수도 있잖아요
‎'내가 먼저 할게'

1233
01:02:03,320 --> 01:02:04,560
‎'난 왼손잡이였는데'

1234
01:02:05,080 --> 01:02:07,280
‎'테니스는 오른손으로 쳤어!'

1235
01:02:09,080 --> 01:02:11,400
‎그 상황에서 이럴 순 없잖아요
‎'아, 나는!'

1236
01:02:12,760 --> 01:02:15,080
‎'투명 인간이 되려고
‎젖꼭지를 만졌어!'

1237
01:02:15,160 --> 01:02:17,280
‎'양손 다 썼으니까 난 양손잡이!'
‎안 되죠

1238
01:02:19,760 --> 01:02:20,840
‎그래서 먼저 시켰는데

1239
01:02:20,920 --> 01:02:23,240
‎꽤 과감한 얘기를 해주길래
‎마음을 놓고

1240
01:02:23,320 --> 01:02:26,080
‎그 얘기를 해줬어요
‎그런데 여자가 '뭐라고?'

1241
01:02:28,160 --> 01:02:29,000
‎'나도 그랬어'

1242
01:02:29,520 --> 01:02:30,800
‎그래서 저도 '뭐라고?'

1243
01:02:31,880 --> 01:02:33,760
‎누군가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

1244
01:02:33,840 --> 01:02:36,480
‎심장이 터질까 봐 그 사람이
‎죽기를 바라본 적 있어요?

1245
01:02:36,560 --> 01:02:38,880
‎'좋아해! 좋아한다고!'

1246
01:02:38,960 --> 01:02:40,440
‎'헉, 좋아했었다!'

1247
01:02:41,480 --> 01:02:43,800
‎그런 적 없어요? 저도 없어요

1248
01:02:43,880 --> 01:02:46,880
‎저랑 같은 마음인지
‎확인한 거예요

1249
01:02:46,960 --> 01:02:48,240
‎저랑 똑같네요

1250
01:02:49,400 --> 01:02:52,240
‎전 잔뜩 흥분했어요
‎'들려줘 봐, 듣고 싶어'

1251
01:02:52,320 --> 01:02:55,680
‎'아무한테도 들려준 적 없는데
‎어떻게 갑자기 해?'

1252
01:02:56,240 --> 01:02:57,080
‎'해도 돼!'

1253
01:02:58,240 --> 01:02:59,240
‎'그럼…'

1254
01:03:04,480 --> 01:03:07,800
‎'난 어렸을 때
‎모두에게 방해만 되는 것 같았어'

1255
01:03:08,480 --> 01:03:11,680
‎'너무 수치스러워서
‎화장실에 들어가 있었어'

1256
01:03:12,760 --> 01:03:15,040
‎'마음이 너무 무겁고
‎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에'

1257
01:03:15,680 --> 01:03:19,000
‎'물도 없이 화장실의
‎차가운 타일 위에 앉아 있었어'

1258
01:03:19,080 --> 01:03:20,360
‎'정말 끔찍했는데'

1259
01:03:20,440 --> 01:03:22,840
‎'갈비뼈 하나를 문질렀더니'

1260
01:03:22,920 --> 01:03:25,520
‎'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
‎찌릿하는 거야'

1261
01:03:25,600 --> 01:03:28,160
‎'그리고 내가 사라지는
‎기분이 들었어'

1262
01:03:29,320 --> 01:03:32,640
‎'내 존재가 사라진 거야
‎잠시 죽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'

1263
01:03:32,720 --> 01:03:34,840
‎'그 뒤로 삶이
‎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'

1264
01:03:38,800 --> 01:03:40,000
‎제가 말했어요

1265
01:03:40,960 --> 01:03:43,200
‎'내 젖꼭지를
‎네 갈비뼈에 문질러도 될까?'

1266
01:03:44,360 --> 01:03:46,440
‎'둘 다 사라질지도 모르잖아'

1267
01:03:47,720 --> 01:03:48,560
‎그녀가 웃었어요

1268
01:03:49,680 --> 01:03:51,160
‎난 진담이었는데

1269
01:03:53,040 --> 01:03:54,320
‎그렇게 사랑에 빠졌어요

1270
01:03:55,360 --> 01:03:57,360
‎첫 데이트에서 키스에 실패했고

1271
01:03:58,200 --> 01:04:01,200
‎두 번째에선 그녀가 원하는 걸
‎알면서도 할 수 없었어요

1272
01:04:01,280 --> 01:04:04,400
‎세 번째는 재앙이었고
‎네 번째는 아까 얘기한 대로죠

1273
01:04:04,920 --> 01:04:08,200
‎그녀가 집을 떠나고
‎저는 하우스메이트랑 앉아서

1274
01:04:08,280 --> 01:04:11,200
‎절망에 빠져 있었어요
‎'이제 다른 남자를 만나겠지'

1275
01:04:11,720 --> 01:04:15,120
‎'4번, 8번, 12번
‎이러다가 시급도 쳐줘야겠어'

1276
01:04:15,200 --> 01:04:16,560
‎'계약서라도 써야 하나?'

1277
01:04:17,080 --> 01:04:19,160
‎친구는 듣지 않고
‎서성이고 있었어요

1278
01:04:19,920 --> 01:04:20,760
‎'아니!'

1279
01:04:22,160 --> 01:04:23,720
‎'우린 그 애랑 키스할 거야!'

1280
01:04:24,240 --> 01:04:27,320
‎'왜 이렇게 집착해?
‎내가 다 무서워지려고 하잖아'

1281
01:04:27,400 --> 01:04:28,960
‎'내 말 잘 들어!'

1282
01:04:29,760 --> 01:04:31,800
‎'다섯 번째 데이트에도
‎이 집으로 초대해'

1283
01:04:31,880 --> 01:04:33,760
‎'난 방에서 귀 막고 있을게'

1284
01:04:34,320 --> 01:04:37,800
‎'초인종이 울리면 문 열고
‎집 안에 들이지 마'

1285
01:04:39,120 --> 01:04:41,240
‎'문 열고, 아무 말 말고'

1286
01:04:41,320 --> 01:04:44,000
‎'그녀의 눈을 쳐다보고
‎바로 키스해'

1287
01:04:45,000 --> 01:04:46,960
‎'한 발짝 물러서고 안으로 들여'

1288
01:04:48,360 --> 01:04:49,320
‎'그리고 말해'

1289
01:04:50,240 --> 01:04:53,440
‎'네 인생에서 가장 긴 3분이었지?'

1290
01:04:57,240 --> 01:04:59,760
‎지금 생각해 보면
‎쓰레기 같은 아이디어예요

1291
01:05:00,560 --> 01:05:04,040
‎화내지 말고 들으세요
‎그때 제 반응은 '천재다!'

1292
01:05:04,120 --> 01:05:06,120
‎사실 천재와는 거리가 멀죠

1293
01:05:06,200 --> 01:05:08,400
‎전 부인만 8명에
‎매달 12명의 양육비를 내거든요

1294
01:05:08,480 --> 01:05:09,640
‎불법은 아닌가 모르겠어요

1295
01:05:10,680 --> 01:05:13,560
‎어쨌든 72시간 뒤에
‎전 쫙 빼입은 채로

1296
01:05:13,640 --> 01:05:15,240
‎다섯 번째 데이트를 기다렸어요

1297
01:05:17,000 --> 01:05:19,920
‎나무 바닥에 그녀의 구두가
‎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

1298
01:05:20,440 --> 01:05:23,360
‎친구가 방문을 열었어요
‎'들었어? 다 왔나 봐!'

1299
01:05:23,440 --> 01:05:25,200
‎'지금 우리 둘 다 불쌍하거든?'

1300
01:05:25,280 --> 01:05:27,880
‎'정말 이상하니까
‎제발 바지 좀 입어'

1301
01:05:30,080 --> 01:05:30,920
‎초인종이 울렸어요

1302
01:05:35,200 --> 01:05:36,040
‎문을 열고

1303
01:05:37,960 --> 01:05:39,320
‎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

1304
01:05:41,960 --> 01:05:42,800
‎아무것도 못 했어요

1305
01:05:44,200 --> 01:05:45,400
‎머릿속에서는…

1306
01:05:47,240 --> 01:05:51,840
‎그러자 당연하게도 그녀가
‎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어요

1307
01:05:52,760 --> 01:05:55,120
‎상상해 보세요
‎초인종을 눌렀는데 문을 열더니…

1308
01:05:57,320 --> 01:06:00,640
‎그러면 긴가민가하게 되죠
‎'내가 초인종을 눌렀나?'

1309
01:06:00,720 --> 01:06:02,720
‎'혹시 누구 기다려? 뭐지?'

1310
01:06:03,600 --> 01:06:06,520
‎그래서 그녀는 들어오려 하고
‎저는 패닉에 빠졌어요

1311
01:06:06,600 --> 01:06:08,680
‎친구가 집에 들이지 말랬는데!

1312
01:06:09,240 --> 01:06:12,400
‎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척
‎팔꿈치로 그녀를 막으니까

1313
01:06:12,480 --> 01:06:14,680
‎그녀가 물러나면서
‎'괜찮아, 파나요티스?'

1314
01:06:14,760 --> 01:06:17,240
‎저는 속으로
‎'지금 해야 돼, 키스해!'

1315
01:06:18,000 --> 01:06:20,960
‎그렇게 키스를 시도했는데
‎로맨스 영화랑은 달랐어요

1316
01:06:21,920 --> 01:06:23,160
‎좀비 영화랑 비슷했죠

1317
01:06:23,840 --> 01:06:24,680
‎이렇게…

1318
01:06:26,360 --> 01:06:28,920
‎제가 가까이 가니까
‎그녀가 뒤로 물러나더군요

1319
01:06:29,440 --> 01:06:31,520
‎'생각보다 멀리 있네'

1320
01:06:32,240 --> 01:06:34,760
‎'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
‎간식을 가져오는 건데'

1321
01:06:35,560 --> 01:06:39,480
‎결국 엉덩이 근육을 더는
‎못 움직일 때까지 가버려서

1322
01:06:40,120 --> 01:06:40,960
‎키스는커녕

1323
01:06:41,040 --> 01:06:42,360
‎아무런 스킨십도 못 했죠

1324
01:06:43,640 --> 01:06:45,200
‎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 얘기했어요

1325
01:06:46,040 --> 01:06:48,040
‎'네 인생에서 가장 긴 3분이었지?'

1326
01:06:49,840 --> 01:06:51,680
‎창피하게도 딱 이 말투였어요

1327
01:06:52,280 --> 01:06:54,720
‎그녀를 고문이라도 한 것 같은
‎더러운 기분이 들었죠

1328
01:06:55,600 --> 01:06:58,440
‎'네 인생에서 가장 긴 3분이었지?
‎장 물랭!'

1329
01:06:58,520 --> 01:07:00,880
‎참 이상하죠

1330
01:07:00,960 --> 01:07:04,680
‎그녀가 똑바로 서더니
‎'내 인생에서 가장 긴 3분?'

1331
01:07:06,360 --> 01:07:09,040
‎'그날 얘기했던
‎그 이상한 3분 얘기야?'

1332
01:07:11,280 --> 01:07:12,640
‎'방금 키스하려던 거야?'

1333
01:07:14,000 --> 01:07:15,400
‎그 질문에 저는…

1334
01:07:16,600 --> 01:07:17,720
‎'왜 그렇게 생각하지?"

1335
01:07:19,400 --> 01:07:21,280
‎젖꼭지를 만져서
‎사라질 수도 없었어요

1336
01:07:21,360 --> 01:07:22,480
‎그녀도 알고 있으니까요

1337
01:07:23,040 --> 01:07:24,840
‎그래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

1338
01:07:25,640 --> 01:07:27,640
‎'쟤가 죽으면 둘 다 편해질 텐데'

1339
01:07:29,000 --> 01:07:30,240
‎'그냥 잊고 넘어가게'

1340
01:07:30,760 --> 01:07:31,760
‎'특히 내가 편하겠지'

1341
01:07:32,400 --> 01:07:34,560
‎어쨌든 키스는 실패했어요

1342
01:07:34,640 --> 01:07:37,960
‎그녀는 복도에 있고
‎저는 집 안에 있는 채로

1343
01:07:38,040 --> 01:07:39,960
‎얘기하고 있었어요

1344
01:07:40,520 --> 01:07:43,000
‎그런데 제 시야 저 끝에서

1345
01:07:44,320 --> 01:07:46,240
‎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어요

1346
01:07:47,040 --> 01:07:48,240
‎그리고 목소리가 들렸어요

1347
01:07:49,200 --> 01:07:50,440
‎'키스해!'

1348
01:07:51,560 --> 01:07:53,520
‎축구 시합 보는 것처럼요!

1349
01:07:54,040 --> 01:07:56,440
‎그 소리를 들은 그녀가
‎안을 들여다봤고

1350
01:07:56,520 --> 01:07:57,520
‎친구를 봐버렸네!

1351
01:07:58,920 --> 01:08:00,000
‎'하우스메이트야?'

1352
01:08:00,080 --> 01:08:02,160
‎'응? 뭐가?'

1353
01:08:02,240 --> 01:08:04,320
‎'그럼 하우스메이트가 아니야?'

1354
01:08:07,640 --> 01:08:09,440
‎'속옷 입은 남자가 있는데'

1355
01:08:10,760 --> 01:08:13,080
‎'둘이 뭐 하던 중이라
‎들어오지 말라는 거야?'

1356
01:08:13,600 --> 01:08:16,720
‎농담으로 그랬는지
‎저를 압박하려고 그랬는지 몰라도

1357
01:08:17,240 --> 01:08:19,960
‎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
‎이렇게 말했어요

1358
01:08:26,640 --> 01:08:27,880
‎'난 아무도 안 보이는데'

1359
01:08:29,600 --> 01:08:30,600
‎친구의 존재를 부정했어요

1360
01:08:32,040 --> 01:08:32,880
‎말 그대로요

1361
01:08:33,440 --> 01:08:35,440
‎버젓이 보이는데도 말이죠

1362
01:08:35,960 --> 01:08:37,680
‎누가 보면
‎이렇게 말한 줄 알 거예요

1363
01:08:37,760 --> 01:08:39,800
‎'저 램프 진짜 스타일리시하다'

1364
01:08:40,520 --> 01:08:41,760
‎너무 멍청하지 않나요?

1365
01:08:42,520 --> 01:08:44,760
‎말해놓고 후회했어요
‎'내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?'

1366
01:08:45,360 --> 01:08:47,920
‎농담인 척하고
‎수습해 보려고 했지만

1367
01:08:48,000 --> 01:08:49,840
‎침묵은 숨길 수 없었어요

1368
01:08:50,520 --> 01:08:51,760
‎'아무도 안 보이는데'

1369
01:08:55,920 --> 01:08:56,760
‎멍청한 놈

1370
01:08:58,080 --> 01:09:01,040
‎다행히 그녀는 재치가 있어서
‎'내 상상인가?'

1371
01:09:02,240 --> 01:09:03,080
‎'알겠어'

1372
01:09:07,720 --> 01:09:09,400
‎'너무 잘 보이는데?'

1373
01:09:12,840 --> 01:09:15,040
‎'저기요! 만나서 반가워요'

1374
01:09:15,960 --> 01:09:17,960
‎'이상한 질문이지만
‎혹시 진짜 사람이세요?'

1375
01:09:18,480 --> 01:09:19,840
‎그러자 친구가…

1376
01:09:30,440 --> 01:09:31,680
‎'난 과연 진짜인가?'

1377
01:09:35,120 --> 01:09:36,880
‎'내 등딱지를 채워야겠어'

1378
01:09:47,600 --> 01:09:48,640
‎실제로는 더 최악이에요

1379
01:09:48,720 --> 01:09:51,480
‎그녀가 말을 걸자마자
‎친구는 돌아서 가버렸어요

1380
01:09:51,560 --> 01:09:54,120
‎'대답 안 하면
‎내가 없다고 생각할 거야'

1381
01:09:55,080 --> 01:09:57,040
‎그녀가 저를 바라봤어요

1382
01:09:57,720 --> 01:10:00,160
‎'너 가끔은 진짜 엉뚱해'라고
‎말하는 것 같았죠

1383
01:10:00,240 --> 01:10:01,640
‎그리고 문을 밀더니

1384
01:10:02,480 --> 01:10:04,160
‎거침없이 집으로 들어왔어요

1385
01:10:04,240 --> 01:10:05,440
‎집세라도 낸 것처럼요

1386
01:10:06,280 --> 01:10:08,720
‎그리고 저를 구석에 밀어 넣고

1387
01:10:10,000 --> 01:10:11,400
‎제 눈을 쳐다봤어요

1388
01:10:12,560 --> 01:10:13,480
‎귀여운 눈이 아니라

1389
01:10:14,560 --> 01:10:15,400
‎부엉이 눈으로요

1390
01:10:19,160 --> 01:10:22,280
‎키스 방법을 모른다는 걸
‎눈치챈 것 같았어요

1391
01:10:23,320 --> 01:10:26,000
‎우리 집안의 DNA에
‎키스 DNA가 없다는 걸요

1392
01:10:27,960 --> 01:10:29,080
‎그리고 제게 키스했어요

1393
01:10:35,440 --> 01:10:36,520
‎난 강아지가 아니에요

1394
01:10:38,400 --> 01:10:41,320
‎방금 이런 느낌이었어요
‎'혼자서도 똥 잘 누네!'

1395
01:10:41,400 --> 01:10:42,960
‎'기특해, 해피!'
‎아니에요

1396
01:10:47,640 --> 01:10:49,000
‎모든 생각이 사라졌어요

1397
01:10:51,800 --> 01:10:53,640
‎'이제 어떡하지?'

1398
01:10:55,000 --> 01:10:58,800
‎그리고 돌덩어리처럼
‎그녀 앞에 서 있었죠

1399
01:10:58,880 --> 01:11:02,080
‎싸늘한 기분이 느껴졌어요

1400
01:11:02,160 --> 01:11:04,720
‎그녀와 자신, 그리고
‎세상으로부터 멀어진 듯한 기분

1401
01:11:04,800 --> 01:11:06,440
‎외롭고 이상한 기분이에요

1402
01:11:06,920 --> 01:11:08,480
‎그녀가 소파로 걸어갔고

1403
01:11:09,040 --> 01:11:11,120
‎저도 따라갔어요
‎제 집인데 이상하죠?

1404
01:11:12,200 --> 01:11:13,440
‎그리고 한두 시간 대화했는데

1405
01:11:13,520 --> 01:11:15,720
‎그녀와 대화할 때는

1406
01:11:15,800 --> 01:11:18,760
‎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게
‎느껴져요

1407
01:11:19,560 --> 01:11:21,400
‎하지만 키스할 땐
‎아무 감정이 없어요

1408
01:11:22,720 --> 01:11:24,480
‎그녀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해서

1409
01:11:24,560 --> 01:11:27,720
‎제가 문까지 배웅해 줬고
‎그녀는 내게 천천히 키스했어요

1410
01:11:27,800 --> 01:11:30,160
‎이상하게도 처음보다
‎더 감정이 안 느껴지더군요

1411
01:11:30,680 --> 01:11:32,040
‎그리고 그녀가 말했어요

1412
01:11:33,120 --> 01:11:35,000
‎'앞으로 자주 볼 것 같네'

1413
01:11:35,600 --> 01:11:37,240
‎저는 대답했어요, '응'

1414
01:11:41,400 --> 01:11:42,720
‎이번엔 엉덩이 맞아요

1415
01:11:44,160 --> 01:11:45,400
‎너무 혼란스러웠어요

1416
01:11:46,480 --> 01:11:48,920
‎집에 들어와서 1m 걷고

1417
01:11:50,200 --> 01:11:52,440
‎소파에 앉아서 생각했어요

1418
01:11:52,520 --> 01:11:54,360
‎정확히 이렇게요

1419
01:11:55,960 --> 01:11:56,880
‎'이제 알겠어'

1420
01:11:59,080 --> 01:12:00,640
‎'난 사랑하는 법을 몰라'

1421
01:12:01,720 --> 01:12:04,320
‎소름이 쫙 돋더라고요
‎바보 같지만 납득이 됐어요

1422
01:12:04,400 --> 01:12:07,440
‎그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
‎설득하기 시작했어요

1423
01:12:07,520 --> 01:12:09,360
‎'난 사랑할 줄 모르는 거야
‎그럴 수 있어'

1424
01:12:09,440 --> 01:12:11,840
‎'아빠가 모르니까
‎나도 모르는 거지'

1425
01:12:11,920 --> 01:12:12,960
‎'원래 그런 거야'

1426
01:12:13,040 --> 01:12:15,960
‎'사랑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
‎못하는 사람도 있어'

1427
01:12:16,040 --> 01:12:19,920
‎'빵을 잘 만드는 사람도 있고
‎똥손인 사람도 있어'

1428
01:12:20,840 --> 01:12:22,080
‎'빵이 싱거워'

1429
01:12:23,720 --> 01:12:25,160
‎하우스메이트가 나왔어요

1430
01:12:25,240 --> 01:12:28,240
‎다 듣고 있던 친구가
‎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

1431
01:12:28,920 --> 01:12:29,840
‎이렇게 속삭였어요

1432
01:12:30,520 --> 01:12:33,600
‎'너 이제 남자가 됐구나, 기특해!'

1433
01:12:34,920 --> 01:12:36,840
‎갑자기 심장이 벌렁거렸어요

1434
01:12:38,160 --> 01:12:40,400
‎'내가 이 사람이랑
‎사랑에 빠졌던 건가?'

1435
01:12:43,520 --> 01:12:47,600
‎아직도 그 여자와 사귀는 중이라고
‎혹은 같이 귀여운 아이를 낳았다고

1436
01:12:47,680 --> 01:12:51,480
‎혹은 주말마다 같이
‎브런치를 먹는다고 말하고 싶어요

1437
01:12:52,720 --> 01:12:53,640
‎에그 베네딕트로

1438
01:12:55,080 --> 01:12:56,520
‎하지만 그 뒤로
‎다시는 못 만났어요

1439
01:12:59,320 --> 01:13:00,680
‎실망하신 분들이 있네요

1440
01:13:01,320 --> 01:13:03,280
‎여러분께는 공연이지만
‎제게는 인생이거든요?

1441
01:13:07,960 --> 01:13:10,400
‎최근에 초연이 있었어요

1442
01:13:11,200 --> 01:13:13,680
‎사실 이 아름다운 팬데믹이
‎시작되기 전이었죠

1443
01:13:13,760 --> 01:13:15,680
‎음, 재밌었어
‎팬데믹 또 하고 싶다

1444
01:13:17,120 --> 01:13:20,400
‎초연 전에 너무 무서웠어요
‎전 무서우면 엄마한테 전화해요

1445
01:13:20,480 --> 01:13:22,600
‎그리고 무섭다고 말해요
‎실용적이죠

1446
01:13:23,760 --> 01:13:25,760
‎'엄마, 제가 아닌 것 같은
‎기분이에요'

1447
01:13:26,520 --> 01:13:28,520
‎'얘 이럴 때마다 짜증 나!'

1448
01:13:29,040 --> 01:13:30,680
‎'파나유, 너 맞아!'

1449
01:13:31,200 --> 01:13:33,600
‎'전화 올 때
‎네 이름 찍혀 있었거든?'

1450
01:13:34,320 --> 01:13:36,440
‎엄마는 이런 순간에서도
‎귀여움을 발휘하시죠

1451
01:13:37,000 --> 01:13:38,360
‎'공연 때문에 그러니?'

1452
01:13:38,920 --> 01:13:41,760
‎'모르겠어요, 그런 것 같아요'

1453
01:13:42,440 --> 01:13:43,880
‎'첫 공연이잖니'

1454
01:13:44,760 --> 01:13:47,240
‎'첫 무대도 다른 일들이랑 똑같아'

1455
01:13:47,320 --> 01:13:48,480
‎'시도하는 자리지'

1456
01:13:49,080 --> 01:13:51,240
‎'해보고 맘에 안 들면
‎다른 걸 하면 돼'

1457
01:13:52,080 --> 01:13:53,200
‎'그리고 초연이잖아'

1458
01:13:53,720 --> 01:13:56,200
‎'어차피 망칠 거니까 걱정 마'
‎'그만!'

1459
01:13:57,200 --> 01:13:58,640
‎'마지막 한마디는 사양할게요'

1460
01:13:59,280 --> 01:14:01,680
‎이럴 때 보면
‎꼭 장클로드 반담 같아요

1461
01:14:01,760 --> 01:14:05,160
‎'아니, 망친다는 게 아니라
‎망치로 못을 박는다는 뜻이었어'

1462
01:14:06,360 --> 01:14:07,920
‎'성공의 못을'

1463
01:14:08,000 --> 01:14:09,800
‎그리고 아빠에게
‎전화기를 넘기셨어요

1464
01:14:11,400 --> 01:14:14,640
‎아빠의 숨소리를 듣고
‎저는 과감하게 직진했어요

1465
01:14:14,720 --> 01:14:15,560
‎'아빠'

1466
01:14:16,520 --> 01:14:17,360
‎'저 무서워요'

1467
01:14:17,960 --> 01:14:19,920
‎역시 감정 얘기가 나오자
‎입을 닫으시더군요

1468
01:14:21,280 --> 01:14:25,240
‎'공연 때문에 그러냐?'
‎'왜 그렇게 생각하시죠?'

1469
01:14:26,040 --> 01:14:28,240
‎'그럼 공연 끝나고 전화해라'

1470
01:14:28,320 --> 01:14:31,560
‎'항상 일이 끝나면 연락해
‎도중에 하지 말고'

1471
01:14:33,640 --> 01:14:34,480
‎그리고 웃으셨어요

1472
01:14:35,760 --> 01:14:38,720
‎이상하고 짓궂은 농담 뒤에
‎아빠들이 내는 웃음소리잖아요

1473
01:14:39,600 --> 01:14:41,400
‎부전자전이었던 거죠

1474
01:14:42,080 --> 01:14:43,760
‎그래서 저도 처음으로
‎장단을 맞췄죠

1475
01:14:44,280 --> 01:14:46,760
‎'도중에 말고
‎끝나고 연락하라고요?'

1476
01:14:47,320 --> 01:14:48,160
‎'그래'

1477
01:14:48,680 --> 01:14:52,360
‎'제 여자친구가 임신하면
‎태어나고 나서 말할까요?'

1478
01:14:53,320 --> 01:14:54,360
‎아빠 왈

1479
01:14:55,200 --> 01:14:56,120
‎'그래야지'

1480
01:14:57,320 --> 01:14:58,320
‎그놈의 자존심!

1481
01:14:58,880 --> 01:15:01,320
‎누가 먼저 무너지나
‎해보자는 거죠?

1482
01:15:02,320 --> 01:15:05,520
‎'여자친구 퇴원하고 나서
‎연락하면 되지'

1483
01:15:05,600 --> 01:15:08,680
‎'저는 통화하기 싫으니까
‎여친한테 시켜도 되죠?'

1484
01:15:10,200 --> 01:15:12,560
‎'갓난아기가 전화할 거니까
‎걱정 마라'

1485
01:15:15,960 --> 01:15:18,280
‎그리고 워낙 재밌으신 분이라
‎한마디 덧붙이셨어요

1486
01:15:19,440 --> 01:15:21,080
‎'너 아직 솔로지?'

1487
01:15:22,920 --> 01:15:24,400
‎'탈출이나 하고 나서 연락해라'

1488
01:15:35,280 --> 01:15:36,720
‎'그래서 말인데요, 아빠'

1489
01:15:36,800 --> 01:15:38,160
‎'사실 이 공연은'

1490
01:15:39,200 --> 01:15:41,440
‎'부모님과 저 자신에게
‎하기 힘든 말이 있는데'

1491
01:15:41,520 --> 01:15:44,080
‎'그 말을 전하고 싶어서
‎준비했을지도 모르겠어요'

1492
01:15:45,440 --> 01:15:46,280
‎아빠가 말했어요

1493
01:15:48,200 --> 01:15:49,760
‎'뭔지 알 것 같다, 고얀 놈아'

1494
01:15:51,640 --> 01:15:53,560
‎'아빠는 너를 사…'
‎제가 말을 끊었어요

1495
01:15:54,720 --> 01:15:55,840
‎'뭐라고?'

1496
01:15:55,920 --> 01:15:57,280
‎'말하지 마세요'

1497
01:15:57,920 --> 01:16:01,040
‎'말하기 싫은데'
‎'말하지 마세요'

1498
01:16:01,560 --> 01:16:02,560
‎'안 할 거야'

1499
01:16:03,760 --> 01:16:05,000
‎잠시 적막이 흘렀고

1500
01:16:05,760 --> 01:16:06,840
‎아빠가 말씀하셨어요

1501
01:16:09,320 --> 01:16:10,800
‎'공연 잘해라, 아들'

1502
01:16:11,560 --> 01:16:12,400
‎제가 말했어요

1503
01:16:13,840 --> 01:16:14,680
‎'아빠도요'

1504
01:16:18,520 --> 01:16:19,640
‎거의 말할 뻔했네요

1505
01:16:20,480 --> 01:16:22,440
‎'감사합니다, 좋은 밤 보내세요'

1506
01:17:27,880 --> 01:17:32,880
‎"엄마, 아빠께 감사드리며"

1507
01:18:50,720 --> 01:18:53,720
‎자막: 윤다함



